미국 출신 프로듀서 Dante Carfagna의 프로젝트 익스프레스 라이징의 신보. ER이라는 이름의 첫 앨범은 이미 2003년에 발매되었으나 한동안 그 활동은 단절되었고 이후 10년 만에 데뷔 앨범과 같은 셀프 타이틀인 Express Rising (2013)을 발표하면서 활동의 재기를 알리게 된다. 이번 앨범은 Fixed Rope (2015)에 이은 통산 네 번째 앨범으로 기록된다. 2015년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은 Kevin Blagg와 William Suran이 그룹 멤버로 참여하고 있어 기존 두 장의 셀프 타이틀 앨범들과 차이를 분명히 하고 있다. 앞선 두 개의 셀프 타이틀 앨범들과 이번 시리즈는 솔로냐 아니면 그룹 프로젝트냐는 형식의 차이는 물론 음악적인 내용에서도 확연히 다른 스텐스를 반영하고 있다. 나른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와 그 배경을 이루는 앰비언스의 대비라는 점에서는 ER 프로젝트는 공통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솔로 작업 속에서는 필드 리코딩, 일렉트로닉, 프로그래밍 등의 효과로 구체적 묘사를 완성했다면, 트리오로 이루어진 프로젝트에서는 주로 뮤지션들의 직접적인 연주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물론 프로그래밍된 비트나 필드 리코딩과 그 효과에 의존했던 첫 번째 앨범보다 두 번째 타이틀에서 더욱 모호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전작과 이번 앨범은 그 분위기를 더욱 세밀하게 조율하고 발전시킨 결과로 봐도 무방하다. 재즈적인 의미와는 다른 방식의 즉흥성에 의지해 완성된 것으로 전해지는 이번 앨범은 기존 ER의 나른한 분위기를 보다 자율적인 방식에 기대어 완성하고 있다. 기악적 특징이 부각되면서 동시에 세밀하게 활용되는 전자 음향의 효과는 예전보다 더 차분하고 때로는 자조적인 형상의 완성에 기여하게 된다. 기존의 앰비언트적인 요소들은 사라진 대신에 섬세한 사운드의 효과와 그 잔향이 자리를 대신하면서 현실적이지만 다소 미묘한 공간감을 연출하게 된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나른한 사운드와 멜로디 라인이 만나면서 때로는 몽환적인 형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맨 정신에 약기운을 경험한다면 이런 기분일 것이다.
201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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