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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ydís Evensen - Bylur (XXIM, 2021)

아이슬란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Eydís Evensen의 첫 정규 앨범. 작년 말부터 인상적인 싱글 몇 편을 연이어 발표하더니 마침내 에이디스의 지난 작업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앨범을 접하게 된다. 마케팅에서 스토리 텔링의 역할이 중요성과 한계에 대해 이번 앨범을 통해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는데, 첫 데뷔 앨범을 발표하는 에이디스를 위해 Sony 방계 레이블인 XXIM에서는 지금까지 그녀의 삶을 마치 드라마처럼 들려준다. 어린 시절 '눈보라'(Bylur)로 인한 고립 속에서 곡을 쓴 이야기, 불안과 방황으로 음악원 진학을 포기한 이야기, 모델로 활동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야기, 그리고 마침내 다시 음악과 조우한 이야기 등... 프레스를 위해 배포된 친절한 자료일지는 몰라도 청자에게는 감상의 방향성을 유도하고 제한한다. 마케팅을 위한 이러한 스토리 텔링은 이번 앨범의 성공을 위한 밑바탕이 될지는 몰라도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는 청자와 에이디스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을 듯싶다. 우선 청자에게는 이번 앨범이 지닌 다면적인 정서들을 고립, 불안, 방황, 슬픔 등의 키워드에 가둬 폭넓은 이해를 방해할 여지를 만든 것이다. 그로 인해 이 앨범이 지닌 묘사적인 특징과 기악적 밀도는 물론 작곡 및 편곡에서 드러나는 에이디스의 섬세한 감각은 부차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그와 같은 스토리 텔링은 없어도 이미 청자는 정서적으로 충분히 공감 가능할 만큼 에이디스는 충분히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을 통해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에이디스의 가능성이 스토리 텔링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야기가 그녀의 음악을 이해하고 규정하는 고유한 콘텍스트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이번 앨범에서 드러난 에이디스의 재능에 비춰본다면 분명 한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앨범은 앞서 언급한 몇 개의 키워드에 적합한 형식적 구성을 지닌 편곡과 재현이 이루어졌지만, 여기에서 벗어난 다른 형식의 표현과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에 걸맞은 다른 부연설명이 준비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스토리 텔링이 필요할지 몰라도, 뮤지션은 음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러한 이야기 없이도 충분히 공감 가능한 앨범이다.

 

 

20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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