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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ydís Evensen - Frost (XXIM, 2022)

아이슬란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Eydís Evensen의 미니 앨범. 에이디스가 Bylur (2021)를 통해 보여준 음악적 가능성과 Bylur Reworks (2021)에서 확인시켜준 확장성은, 모델 출신 미녀 피아니스트라는 식의 수식이 필요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녀의 음악이 지닌 매력은 자신의 일상적 경험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점인데, 그 환경이 우리와는 다른 아이슬란드라는 지형적 척박함과 고립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어 더욱 특별하게 전달된다. 그녀의 레이블 데뷔작 또한 이와 같은 특징을 부각하고 있으며, 이번 EP 역시 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에이디스가 속한 환경에서 비롯된 사적 경험을 다루게 된다. 이번 녹음에서도 겨울이라는 시간적 특성을 반영한 듯한 적막감과 고립감, 그리고 차가움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각각의 곡이 지닌 개별적인 테마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제목 자체는 “마비", “검은 밤", “새벽이 온다", “빛" 등과 같이 다분히 표제적인 묘사를 다루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그 안에는 작곡가의 사적 정서를 반영하고 있어, 음악을 듣는 행위만으로도 에이디스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일상성과 사적 경험을 다루면서도 피아노 사운드는 통상적인 명료함을 특징으로 하는데, 투명함이나 차가움 대신 미묘한 세츄레이션을 더해 온화한 톤을 완성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펠트 한 업라이트로 평범한 일상성을 다루는 방식과는 달리, 에이디스의 주위를 둘러싼 환경적 경험과 더불어 정서적 반영까지 담아낼 수 있는 섬세한 튜닝으로, 실제 사운드 자체가 전달하는 느낌이 연주의 분위기를 완성한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여기에 일상의 공간에서 전달되는 듯한 자연스러운 리버브는 연주자와 청자의 물리적 거리를 좁혀주고, 몰입과 더불어 정서적 친밀감을 더하기도 한다. 피아노 솔로로 연주한 “Numb”와 “The Light I”에서의 이와 같은 느낌은, 바비첼 구성의 4중주와 섬세한 일렉트로닉을 더해 완성한 “Svartnætti”와 “Dawn is Near”에서는 조금 다른 분위기로 전달되는데, 현악의 합주는 누군가 옆에 있다는 공존의 의미보다는, 정서의 파편들이 분열하고 구체화하는 일련의 과정처럼 그려지기도 한다. 이번 앨범에서 에이디스가 완성한 고유한 분위기 자체만으로도 인상적이지만, 이후 이 작업이 어떤 분화를 이루고 새로운 장르적 확장을 선보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서리'가 내려앉은 창 위에 손끝의 온기로 적은 짧은 시와 같은 앨범이다.

 

 

202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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