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젊은 연주자들로 이루어진 쿼텟 Ezthetic의 앨범. 에스테틱은 드러머 Jens Meijer의 주도로 색소폰 Jesse Schilderink, 기타 Prashant Samlal, 베이스 Stef Joosten 등, 주로 1995-96년도에 태어난 신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대학 및 음악원에서 전문 연주자 과정을 밟았거나 이수 중이며, 동시에 현지의 음악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기성 뮤지션들과 여러 차례 협연을 통해 녹음과 무대 경험을 축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에서 재즈를 비롯해 다양한 음악 분야에서 세계적인 뮤지션들을 배출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적인 수준의 여러 전문 교육기관과 더불어, 다양한 음악적 기회를 제공하는 많은 플랫폼과 네트워크의 지원을 들 수 있는데, 이번 앨범을 발매한 ZenneZ 또한 그러한 대표적인 예중 하나이기도 하다. 앨범에 참여한 젊은 연주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밴드를 리드하고 있으며, 이미 몇 장의 음반을 발매한 경우도 있을 만큼, 음악인에 대한 다양한 후원은 풍부한 인적 자원을 위한 든든한 토대임을 이번 쿼텟을 통해 실감하게 된다. 이번 앨범에는 쿼텟의 연주 외에도 피아니스트 Harmen Fraanje이 3개의 트랙에 게스트로 참여해 젊은 연주에 세련된 감각을 더해주고 있다. 옌스의 드럼이 공간 전체에 퍼커시브 한 풍부한 이미지를 통해 긴장과 활력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면, 그 전면에는 예시의 테너와 프라샨트의 기타가 멜로디와 라인을 전개한다. 색소폰과 기타는 상호 간의 프레이즈에 대한 강박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듯한 자세를 취하는데, 상대의 공간에 대한 개입에 대해 마치 관조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반면, 서로 함께 동일한 진행을 펼칠 때는 일정한 거리에서 균형을 통해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베이스는 이들의 연주가 균형점을 향해 수렴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안정적인 지반을 완성하면서도, 일렉트릭 특유의 볼드 한 톤으로 나름의 감각적 분위기를 구성하기도 한다. 덕분에 젊은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쿼텟의 연주는 차분하게 구성된 공간적 이미지에, 감각과 긴장을 내재화하며 진행되는 밀도 있는 분위기를 완성한다. 이들이 구사하는 테마에서도 비교적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전통적인 양식에 기반한 현대적인 재즈에서부터, 대중적인 취향을 반영한 서정적인 곡은 물론 민속적인 분위기나 실험적인 록의 접근 등 무척 다양하다. 이와 같은 다양한 테마를 자신들의 내밀한 공간 속에서 균일한 톤과 사운드를 통해 재현하고 있어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쿼텟의 이름을 보고 당차다는 느낌이었지만, 앨범을 몇 번 듣고 나면 ‘심미적’이라는 단어만큼 이들의 팀 성격을 잘 표현하는 말도 없다는 생각에 이른다.
2022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