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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Fallen - Ljós (Rohs!, 2021)

Falle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이탈리아 전자음악가 Lorenzo Brancaloni의 앨범. 그의 음악이 지닌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일렉트로닉, 모던 클래시컬, 앰비언트, 칠-아웃 등의 다양한 장르적 양식들을 차용하면서도 그 어느 곳 하나에 귀속되지 않는 경계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모호하고 또 때에 따라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만 보더라도 하나의 코드로 이루어진 어쿠스틱 아르페지오의 무한 루프로 곡 하나를 구성하는 미니멀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스피커 양쪽의 공간을 최대한으로 확장하여 깊고 넓은 공간을 연출하는 극단적 리버브의 활용을 보이는 등 서로 대비를 이루는 곡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다양한 기술적 기교를 이용해 비교적 화려한 사운드를 연출하면서도 비교적 쉬운 접근을 허용하는 평이한 화법으로 묘사나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의 앨범 속에서 일관된 음악적 콘텍스트를 발견하기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운드의 쉐이드나 텍스쳐를 구성하는 방식은 인상적이다.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조차 로렌조 특유의 사운드 터치를 통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은 분명 뛰어난 능력이다. 앞에서 언급한 장르적 귀속으로부터 자유로운 경계적 특징이, 이와 같은 테크니션의 면모와 만나 폴른이라는 프로젝트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그냥 편하게 듣기만 하면 되는 앨범이다.

 

2021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