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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Ferenc Snétberger - Titok (ECM, 2017)

 

헝가리 출신 기타리스트 페렝 스네트베르게의 두 번째 ECM 발매작. 솔로 라이브 환경에서 녹음된 레이블 데뷔 앨범 In Concert (2016)와 달리 이번 신보는 Anders Jormin (b) 및  Joey Baron (ds)과 함께 Rainbow Studio에서 진행된 레코딩을 담고 있다. 이미 1990년대 Enja 레이블 시절부터 집시와 플라멩코를 결합시킨 전통적인 연주 스타일을 바탕으로 클래식에 기초한 현대적인 자작곡을 선보이며 많은 관심을 받았던 뮤지션이었기 때문에 ECM에서의 음반 발매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페렝의 가장 큰 음악적 미덕은 친절함과 온화함에 있다. 하지만 친절하다고 개몽주의적인 것은 아니며 온화하다고 헐거운 것도 아니다. 그의 연주를 악보로 기보해 보면 엄밀한 음악적 언어와 개념에 기초한 뮤지션의 강박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음악들을 페렝은 아무렇지 않은 듯 편안한 느낌을 주도록 리드하고 있으며, 난해한 화성학적 배율조차 전혀 어색하지 않게 풀어낸다. 이러한 페렝의 음악적 친절함은 이번 앨범 속에서 요르민 및 바론과의 협업으로 보다 완성도 있는 형태로 드러난다. 유러피언 재즈에서 흔히 나타나는 연주자들의 자율적 공간 대신 리더의 진행에 집중하면서 기타 연주와 대칭점을 만들어가며 형성되는 베이스와 드럼의 인터액티브에 중점을 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베이스는 기타의 텍스쳐를 더 풍부하게 해주고 드럼은 디테일한 묘사를 완성한다. 이 모든 것은 페렝이었기에 가능했고 요르민과 바론의 능력이 더해져 완성될 수 있었다. 총 13개의 수록곡 모두 페렝의 오리지널이이다. 이 중에는 페렝에게서 흔히 기대하는 "Rambling", "Fairytale", "Renaissance"와 같이 포근한 연주에서부터, 이번 트리오의 음악적 유대가 돋보이는 타이틀 곡 "Titok"을 비롯해 "Clown", "Leolo", "Alom" 등 같이 비교적 다양하면서도 유사한 체도의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사운드와 연주의 엄격한 조율을 강조하는 레이블과 창의적인 기타리스트가 만나 어떤 음악적 효과를 만들어 내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텍스트가 아닐까 싶다. 

 

2017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