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rndance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호주 멀티 인스트루먼트 연주자 Blake Fernance의 앨범. 블레이크는 음악 제작과 관련한 기술적인 사항을 공부한 뒤 바로 자신의 홈 스튜디오를 차리고 직접 녹음과 프로듀싱으로 완성한 Ferndance (2021)를 자주발매로 선보이며 음악계에 데뷔한다. 소개에 의하면 앰비언트 뮤지션이라고 되어 있지만 일렉트로닉보다는 다양한 연주 악기의 조합을 중심으로 장르적 표현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기타를 비롯한 바이올린과 첼로와 같은 현악기는 물론 피아노와 신서사이저를 포함하는 실내악적인 레이어는 다분히 민속적인 인상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특징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연주 악기 중심의 다층적인 레이어링은 기존 앰비언트와는 다른 음악적 스텐스를 경험하게 해주는 동시에, 해당 장르 고유의 정서적 분위기나 깊이를 함께 표현하고 있어 나름의 깊이 있는 매력을 지니기도 한다. 1년 만에 선보인 이번 앨범에서는 이와 같은 전작의 분위기에 상당한 변화를 주고 있다. 여전히 연주 악기들을 중심으로 다층적인 하모니를 완성하며 고유한 음악적 진행을 선보이고 있지만, 일렉트로닉의 사운드가 전면에 배치되고 그 활용의 비중 또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확실히 전작과는 다른 표현이 등장하는 것이 눈에 띈다. 때문에 흔히들 말하는 앰비언트적인 특징에는 이번 작업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대신, 전작에서 간헐적으로 내포되었던 민속적인 분위기는 조금은 희석되기는 했지만, 미묘한 슈게이즈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복합적인 현악의 레이어는 비교적 단순해진 대신, 패드를 이용한 섬세한 사운드스케이프의 전개나 앰비언스의 디테일을 구성하는 효과 및 필드 리코딩의 디테일이 자리 잡으면서, 정서적 몰입과 안정을 연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멜로디가 지닌 강한 힘은 이번 앨범에서도 관찰되고 있어 블레이크 연주의 독특한 매력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텍스쳐의 복합성을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이를 조화롭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어 정서적인 깊이를 더하기도 한다. 사운드스케이프의 구성은 비교적 단순한 레이어링을 통해 완성되고 있지만, 다분히 폴리포닉 한 톤과 뉘앙스를 품고 있어 그 자체의 고요한 플로우만으로도 마치 서정적인 영화의 롱테이크를 보는 듯한 치밀한 구성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특히 하나의 테마를 활용해, 그 음악적 구성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는 “Madrigal I-III” 삼부작은 블레이크의 음악적 진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기도 할 만큼, 여기에서 구사하고 있는 여러 음악적 진행과 구조화의 아이디어들은 이후의 개별 여러 트랙에서 유연하게 응용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단 두 장의 앨범만으로도 블레이크의 음악적 재능과 상상력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이후의 작업이 더욱 기대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2022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