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Field Works - Stations (Temporary Residence Ltd., 2022)

미국 작곡가 Stuart Hyatt의 집단 창작 프로젝트 Field Works의 앨범. 스튜어트는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음악가이자 환경 문제에 대해 음악적 실천과 발언을 하는 활동가이기도 하다. 그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탐험가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소리를 기록하고, 필드 리코딩을 포함해 도서와 전시 등을 통해 연약한 행성에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도록 장려한다. 스튜어트는 10년 이상 행성 곳곳에서 녹음한 음원들 음악으로 체계화하는 작업을 진행하는데, 이는 여러 분야의 뮤지션들과 집단 창작의 경험을 반영하는 FW의 프로젝트로 현실화된다. Born in the Ear (2018)과 Pogue’s Run (2018)을 시작으로 연이어 발표한 일련의 FW 시리즈는 나무, 소리, 시골, 대지 등 다양한 소재를 품고 있으며, 각각의 앨범에는 유명 뮤지션에서부터 아마추어 연주자를 포괄하는 음악가를 비롯해 시인이나 작가 등이 참여하여 고유한 특징을 부각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스튜어트는 과학자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우리 주변의 복잡성을 고려하고 이를 음악에 반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Stations라는 이번 앨범의 타이틀은 땅의 움직임과 소리를 관찰하는 관측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대지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Born In The Ear를 떠올릴 수도 있고, 미세한 음파에 주목한다는 점에서는 Ultrasonic (2020)과의 연관성을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정교한 녹음 장치를 통해 수음된 필드 리코딩과 인간의 원초적인 리듬과 목소리를 중첩하여 “인간과 지구가 함께 부르는 노래”를 완성하고 있어 그 차별점을 지니기도 한다. 필드 리코딩을 활용하면서도 그 음원이 연주를 통해 조직되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음악적인 언어로 기능한다는 점은 이번 앨범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앨범의 소재적 특징을 강조하기라도 하듯, 대지가 발생하는 소리의 태고성을 상징하기라도 하듯 원시적인 패턴의 리듬을 활용하고 있고, 보컬로 참여한 뮤지션들 또한 의미 전달보다는 목소리 그 자체의 다양한 발성과 하모니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이번 앨범의 경우 가장 흥미로운 점은 10개의 오리지널 곡과 함께, 이를 다른 뮤지션들이 리믹스 한 버전도 공개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 작업에는 Afrodeutsche, Nathan Fake, Ben Chatwin, Amulets, Alva Noto와 같은 유명 음악인들을 포함해 Deantoni Parks, Green-House, Olga Wojciechowska, Sophia Loizou, Penelope Trappes의 해석과 재구성도 같이 감상할 수 있다. 지구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서는 우리의 일상은 고요해야 하겠지만, 이번 앨범을 듣기 위해 볼륨을 조금만 더 높이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싶다.

 

20220405

 

 

 

related with Field Works

- Field Works - Maples, Ash, and Oaks: Cedars Instrumentals (Temporary Residence Ltd.,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