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Filip Żółtowski Quartet - Humanity (self-released, 2021)

폴란드의 신예 트럼펫 연주자 Filip Żółtowski의 쿼텟 앨범. 색소폰 Szymon Zawodny, 키보드/피아노 Wojciech Wojda, 드럼 Mikołaj Stańko 등으로 이루어진 쿼텟은 Akademia Muzyczna w Gdańsku (그단스크 음악 아카데미) 졸업생들로, 2020년 8월에 결성되어 여러 페스티벌은 물론 경연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큰 주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FŻQ가 선보인 이번 데뷔작은 고전적인 어법과 현대적인 젊은 감각은 물론, 재즈와 그 주변 다양한 장르적 표현들 사이의 균형을 얼마나 훌륭하게 이루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연주가 재즈가 지닌 고유한 구성과 형식을 벗어난 과감함을 선보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코드나 스케일, 진행에서 도입과 입프로바이징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는 차라리 오디너리 하다는 인상을 줄 만큼 정통적인 스텐스에 더욱 근접한 입장을 보여준다. 대신 이들이 무그와 키보드를 중심으로 하는 전자 악기의 적극적인 활용과 배치는 물론 장르적인 규범보다는 탄력적인 감각에 의해 구현되는 드럼의 리듬 패턴을 통해 새로운 감각을 더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때문에 어느 대목에서는 기존 퓨전이나 재즈-록 특유의 감성을 경험할 수도 있고 몽환적인 공간으로 구현되는 레트로 한 사이키델릭도 느낄 수 있는데, 이 순간 부각되는 FŻQ의 장점은 친숙함을 기반으로 주변의 장르적 표현들을 수용함에 있어 무척 여유롭고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 방식 또한 단순한 절충적 결합이 아니라 자신들이 완성한 사운드의 구성적 규범 속에 내재된 일련의 양식으로 드러난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주변 장르적 테마나 멜로디가 전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는 FŻQ라는 프리즘을 통해 역으로 굴절되어 전달되는 듯한 균일한 인상을 전한다. 비교적 박진감 있게 이루어지는 진행에 볼드 한 사운드로 구성되는 연주는 쿼텟이라는 볼륨감을 넘어선 듯한 느낌도 드는데, 전자 베이스 없이도 리듬의 워킹을 구현한 키보드와 더불어 흡사 시퀀싱을 함께 사용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탄력 넘치는 드럼은 이들의 음악적 스테이지를 넓게 완성한다. FŻQ의 내부로 끊임없이 응축되는 에너지가 우리에게 표출되는 방식은 마치 라이브와 같은 긴장감을 전해주고 있어 더 큰 매력을 경험하게 하는 앨범이다.

 

2021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