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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Flica - Sub:Side (Schole, 2018)


말레이시아에서 활동 중인 Euseng Seto의 프로젝트 플리카 신보. 2005년 일렉트로니카 듀오 프로젝트로 데뷔한 세토는 이후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스타일을 실현하기 위해 솔로로 나서며 플리카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그 시작을 알리는 Windvane & Window (2008)를 통해 기존 전자 음악과는 결이 다른 상큼함과 아기자기함을 선보여 일본을 비롯한 영미권에서 주목을 받게 된다. 이를 계기로 일본 Schole 레이블에서 Nocturnal (2008)를 발표하지만 직전과는 결이 다른 앰비언트 계열의 음악을 선보였고 이는 Telepathy Dreams (2009)에서도 이어진다. 오랜 침묵 끝에 발표한 Weekendary (2013)에서는 초기의 음악적 아이디어와 이후 선보였던 앰비언트적인 레이어를 결합하는데, 특히 베이스 연주자 Kent Lee의 트럭을 더해 보다 감각적인 사운드를 연출하게 된다. 이번 앨범은 이전과 거의 동일한 맥락 속에서 녹음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며, 포괄적인 의미에서는 과거의 모든 작업들을 총괄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컴퓨터와 전자 악기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어쿠스틱에 근접한 음색과 전자 사운드를 결합시켜 독특한 텍스쳐의 대비를 연출한다. 이질감을 최소화한 어쿠스틱과 일렉트릭 사운드의 조화는 그 자체로 독특한 앰비언스를 형상화며 플리카 고유의 음악적 분위기를 이끌게 된다. 여기에 프로그래밍된 감각적인 드럼 비트와 더불어 레트로 스타일의 베이스 워킹이 결합되어 대중적 정서에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요소와 형식을 갖추게 된다. 물론 이와 같은 형식적 구성을 포함한 음악들은 다수 존재하지만 이들을 플리카와 구분하게 만드는 핵심은 정서와 깊은 관련이 있다. 감각적이면서도 대중 취향을 반영하고 있지만 정서적 지향에서는 내면적이고 다분히 사색적이다. 일본 Schole 레이블의 입김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초기 직후 선보였던 앰비언트 계열 음악들과의 감성적인 연관성이 분명한 만큼 이 또한 세토 자신에게 고유한 표현의 일부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10년 동안의 음악 활동을 결산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앨범이다.

2018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