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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Floating In Space - Dreamland (Deep Elm, 2018)


스페인 출신 뮤지션 Ruben Caballero의 프로젝트 FIS 신보. Deep Elm 레이블의 지원으로 출반된 데뷔작 The Edge Of The Light (2016)에 이은 두 번째 앨범이다. 비교적 유연한 장르적 규범 탓에 포스트-록 신에서 상대적으로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경험하게 된다. FIS의 음악에서는 우리가 포스트-록이라고 부르는 영역 내에서 귀퉁이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하지만 쉽게 동감할 수 있고 매력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류에 속한다. 흔히들 시네마틱한 분위기의 포스트-록을 연상하고, 여기에 보다 경쾌하고 가벼운 이미지를 그려본다면 FIS의 음악은 이 범주에 적합한 하나의 예시가 될 것이다. 전작에서는 피아노 사운드를 중심으로 묘사되는 이미지의 형상화에 집중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전자 기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FIS가 전하고자 하는 음악적인 분위기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여전히 경쾌하고 희망적이고 코러스나 보이스를 이용한 스테이징은 가슴 벅찬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3분 이내의 짧은 음악들은 비교적 명료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리듬의 변화, 코드의 진행, 멜로디의 전개 등이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일상성을 지니고 있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그만큼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할 수 있다. 넓은 사운드 스케이프를 펼치고 있지만 사운드의 요소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유기적인 밀도감이 높다기보다는 마치 공간 속에서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어 FIS라는 프로젝트 이름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살짝만 뒤집으면 아쉬운 점을 금방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일탈하지 않는 모범과 반듯함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그 자체가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사운드나 음악적인 메시지 등에서 마치 정해진 형식적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듯한 반듯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제도권 교육 충실한 모범생의 서술형 답안지를 보며 감동하기란 쉽지 않다. 오후 시간 업무 공간 인테리어로 좋은 음악이다.

2018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