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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Floex & Tom Hodge - A Portrait of John Doe (Mercury KX, 2018)

 

플록스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체코 출신 작곡가 Tomáš Dvořák과 영국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톰 호지의 공동 작업 신보. 이번 앨범은 2014년 두 뮤지션이 처음 만난 이후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완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두 뮤지션 각자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음악들을 되돌아보면 많은 부분 합의를 통해 끌어낼 수 있는 공통의 영역이 비교적 넓고 확고하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어쩌면 이번 앨범은 이러한 일반적인 예상을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도, 본인들 스스로 이와 같은 대중들의 예측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압박을 의식이라도 한 듯, 상상의 영역을 벗어난 시너지 또한 동시에 담고 있다. 두 사람이 평소 각자 보여줬던 음악적 언어가 장르적 유연성을 기반으로 무수한 분위기와 다양한 표현을 유도한 측면도 있었다면, 이번 앨범은 이러한 특징이 새로운 형식에서 반영된 모습도 관찰하게 된다. 특히 이번 녹음을 위해 Prague Radio Symphony Orchestra의 협연 찬조를 받고 있는데, 지금까지 경험했던 일상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의 활용과 다른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눈에 띄는 대목이기도 하다. 기존의 오케스트레이션처럼 전자 효과로 대체 가능한 부분의 사운드 텍스처를 섬세하게 조율하기 위한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마치 또 한 명의 협연자로 기능하며 적극적인 내러티브를 전개하고 있어 앨범의 타이틀이 암시하는 신비하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무명의 정체불명인을 지칭하며 때로는 외계인, 변사체, 용의자 등을 통칭하던 존 도라는 인물이 지닌 이중적 성격, 즉 존재하면서도 실재를 확인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초상'이라는 표현으로 다양한 묘사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우리가 예상하는 바와 같은 혼란스러움이나 불길함 등의 형태로만 드러나지 않으며, 때로는 불상자에 대한 연민의 관점에서 표현했다는 느낌을 줄 만큼 실존 그 자체에 무게 중심을 두고 '초상'을 묘사하고 있다. 현대 작곡의 모범적인 협업의 예를 보여주고 있다.

 

2018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