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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Floris Kappeyne Trio - Closer (ZenneZ, 2023)

 

네덜란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Floris Kappeyne의 트리오 앨범.

 

1995년생인 플로리스는 재즈와 클래식을 전공했고, 이 두 가지 언어의 음악적 조화는 물론 새로운 음향 조건을 활용한 표현의 확장에도 섬세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선보인 솔로 작업을 비롯해, 종합 예술 공연의 일환으로 기획된 Echo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등의 개인 작업은 물론, 다른 뮤지션들의 고정 멤버와 공연 세션 등에 참여하며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치는 뮤지션이다.

 

트리오는 베이스 Tijs Klaassen과 드럼 Wouter Kühne 등, Conservatory of Amsterdam 출신이라는 인연으로 모인 90년대생들로,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선보인 뮤지션들로 이루어졌다. 2012년부터 함께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지는 트리오는 지금까지 Interchange ‎(2017)와 Synesthesia (2019)를 공개했고, 각각의 앨범은 트리오 고유의 밀도 있는 사색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해당 작업만의 콘셉트를 명확히 보여준다.

 

4년 만에 선보인 이번 앨범의 주요 특징은, 제목에서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Closer 그 자체다.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이 단어는, 말 그대로 이들이 들려주는 음악적 소재의 ‘친밀감’을 보여주기도 하며, 이번 작업에서 주목하고 있는 물리적 혹은 공간적 거리의 ‘가까움’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녹음은 프랑스 고성인 Château St. Loup의 거실 공간에서 진행했고, 연주자들 상호 간의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공간적 특성이 듣는 이에게도 전달할 수 있도록 사운드의 울림을 섬세하게 조율하고 있다. 연주와 별도로 공간 안에서의 다양한 소리를 수음해, 이를 마치 ASMR처럼 매우 가깝게 들리도록 녹음하여, 곡의 진행과 흐름에 활용하기도 하는데, 때로는 효과처럼 작용하기도 하고 일부 곡에서는 마치 필드 리코딩을 응용한 듯한 재현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첫 트랙 도입부터 들리는, 거실 벽난로의 모닥불 타는 소리는, 앨범 전체를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음향과 공간 재현에 충실한 재생장치를 이용해 귀 기울여 들어보면, 연주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는 뜻밖의 다양한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연주 자체가 가깝게 들리는 만큼, 뮤지션들 사이에 이루는 인터랙티브 한 반응도 매우 섬세하게 도달한다. 전통적인 트리오의 구성은 물론 실내악적인 양식의 규범적 특징까지 유연하게 응용하는 공간 활용의 특성상, 상호 간의 인과성은 일련의 합의에 기반하고 있는 듯하지만, 개별적 능동성의 개입을 충분히 보장함으로써, 안정적인 흐름 속에서도 지속적인 역동성을 가능하게 한다. 미니멀한 양식과 선형적인 라인의 피아노를 중심에 둔 작곡이지만, 연주 속에서 이를 구조화하기보다는 풍부한 뉘앙스가 담길 수 있도록 개별 연주 공간에서 표현의 자율성을 개방하고 있으며, 즉흥적 모티브 또한 곡의 호흡과 특성에 알맞은 간결한 축약을 통해 섬세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청자와의 거리 또한 밀접한 공간 속에서 진행되는 연주 탓에, 이와 같은 명료한 축약에 의존한 프레이즈는 작은 변화에도 반응의 민감함으로 전해지며, 사소한 울림이나 공진조차도 흐름의 디테일을 이루는 요소로 작용한다. 자칫 추상적인 표출로 전해질 수도 있는 이러한 표현에, 현장의 소소한 소리를 채집한 녹음은 일상성을 부각하며, 신중한 흐름에 정서적 개입을 유도하기도 하며, 그 자체로 음악적 플로우를 구성하는 요소로도 작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미묘한 긴장을 연출하는 효과로 개입하기도 한다. 전작에서 보여준 전자 음향의 활용은 상대화되었지만 보다 정교한 방식의 미세한 레이어를 이루고 있어, 그 존재감은 여전하다.

 

연주가 소리가 아닌 공간을 통해 전달되는 듯한 느낌은 이번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연주 진행 중에 들려오는 일상의 소리에 나도 모르게 이어폰을 빼고 주변을 둘러보게 될 만큼, 필드 리코딩은 매우 현실감 있다. 마치 클럽 공연 중 발생한 객석의 소란에 뒤돌아보는 행위조차 현장 관람의 일부인 것처럼, 의도적인 연출을 통해 이와 같은 녹음의 현장감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소소한 음악적 미묘함조차 가깝게 전달하고 있어 더욱 몰입하며 감상하게 되는 앨범이다.

 

 

2023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