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바이올린 연주자 겸 작곡가 Francesca Guccione의 작업에 대한 리워크 앨범. 프란체스카는 바이올린 및 미디어 음악 관련 전문 교육과 학위를 받은 뮤지션으로 첼리스트이자 작곡가인 Giovanni Sollima의 제안으로 Muqataea (2021)을 발표하며 서서히 이름을 알리게 된다. 이번 앨범은 그녀의 데뷔작에 수록된 곡들을 여러 뮤지션들이 리워크 한 트랙들을 수록하고 있는데, Robot Koch, Throwing Snow, Frieder Nagel, Arandel, eeph 등과 같은 오늘날을 대표하는 유명 뮤지션들은 물론, 최근 프란체스카와 인상적인 교류를 펼쳤던 Hélène Vogelsinger, Whales 레이블의 설립자이자 프로듀서 겸 피아니스트 Julien Marchal을 비롯해 Snakes of Russia, Infralyd, Maury 등 흥미로운 작업을 선보인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다. 프란체스카의 데뷔작은 기악 연주를 중심으로 시네마틱 한 분위기를 연상하게 하는 화려한 수사들이 활용되고 있고, 구성 및 진행에서도 온전한 형식적 완결성을 지니고 있어서, 그 자체로 특별한 음악적 확장이나 재구성을 예상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단순한 연주 중심의 기악적 활용이 아닌, 실내악의 양식을 현대적으로 확장하며 일렉트로닉의 요소들을 이용해 극적인 내러티브를 완성하고 있는 형식적 구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이 리믹스가 아닌 리워크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것은 어쩌면 어느 정도 기존 구성의 해체를 허용하고 참여한 작가의 창의적 개입을 개방한다는 의미를 확인할 수 있을 듯싶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작업이 완벽한 의미에서의 해체를 지향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원곡이 지닌 오리지널리티에 대해 일정한 거리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 완곡한 힘이 어느 정도 작용하는 듯한 인상을 줄 만큼, 개별 작가들은 프란체스카의 의도를 수용하고 이를 바탕에 둔 상태에서 자신들의 음악적 접근을 전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정 부분 프로듀싱의 역할이 개입했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기는 하지만, 개별 뮤지션들의 음악적 창의가 제한되었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 각각의 트랙들마다 각 음악가들이 평소 보여준 스타일은 물론 독특한 표현까지 나름 적절하게 잘 녹아있기 때문이다. 원곡이 지닌 고유한 텍스쳐 속에서도 각 뮤지션들의 시그니쳐에 해당하는 음악적 특징들이 잘 드러나고 있으며, 자율성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나름의 과감한 재구성도 눈에 띄는 것이 사실이다. 원곡과의 관계에서 조금은 절충적인 방식을 취했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앨범 전체를 완주했을 때 서로 다른 음악적 스타일에서 드러나는 편차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동질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결국 이와 같은 프로듀싱 전략이 나름 유효한 효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평소 관심이 있던 여러 뮤지션들의 작업을 통해 프란체스카의 존재감을 역으로 경험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고, 이번 작업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요소들이 가득하여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 앨범임은 틀림없다.
2022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