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에서 활동 중인 아르헨티나 뮤지션 Francisco Sonur의 앨범. 일상 중에 무심코 틀어 놓은 음악에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고혹적인 멜로디가 펼쳐지거나 의외의 코드 진행으로 현혹하거나 귀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사운드가 있기 마련인데, 어쩌다 가끔은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음악에 한창 집중할 때도 있다. 이번 프란시스코의 앨범이 그런 경우 중 하나였다. 개인적으로 그의 음악은 일부러 찾는 편이라기보다 눈에 띄면 보관함에 리스트-업 해두고 일과 중에 배경음악처럼 틀어놓고 흘려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오늘 이 앨범의 경우에는 마치 내 일상을 조용히 지켜보며 작은 고개 끄덕임을 보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양 스피커 전면을 멍하니 응시하게 된다. 프란시스코의 음악은 대부분 이와 같은 일상성의 반영을 특징으로 하고 있어, 화려한 사운드나 복합적인 구성 대신 평범한 주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듯한 편안함을 보여준다. 이번 앨범의 경우 아날로그적인 표현을 통해 사람들의 개별적인 이야기에 주목하는 신생 Giraffe Tapes 레이블을 통해 발매되어, 어쩌면 지금까지 프란시스코가 지향했던 음악적 방향성과 좋은 일체감을 보여준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평소와 같이 프란시스코는 이번 앨범을 Ableton Live로 작업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전체적인 음악적 질감은 로우-파이에 가깝다. 배경을 이루는 사운드 스케이프를 컴프레싱해서 먹먹한 느낌으로 표현하는 한편, 피아노와 같이 테마 코드나 라인을 이루는 주요 악기들에 대해서는 바이닐이나 마그네틱을 통해 전달되는 듯한 공간에 배치하고 있다. 여기에 개별 사운드에 미세한 바이브레이션이나 디스토션을 넣는가 하면, 필드 리코딩이나 아날로그 노이즈 등을 레이어링 하여 다분히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그 느낌이 가상이나 상상의 영역에서 작동하는 신비로움이 아니라, 마치 멍하니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 현실의 최면이나 문득 떠오르는 듯한 일상의 기억과도 닮았다. 전체적으로 평온한 테마로 이루어졌지만, 이것이 막연한 온화함이나 서정이 아니라 고단한 현실의 굴곡을 거친 반영처럼 들려주고 있어 마음의 큰 위안이 되기도 한다. 음악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해 주는 앨범이다.
2021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