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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Francois Couturier & Tarkovsky Quartet - Nuit Blanche (ECM, 2017)


피아니스트 프랑수아 쿠투리에가 타르코프스키 쿼텟 명의로 발표한 세 번째 ECM 앨범. 6년만에 쿼텟으로 발매된 이번 레코딩에서도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Anja Lechner (violoncello), Jean-Marc Larche (ss), Jean-Louis Matinier (accrd)가 함께하고 있다. Nostalghia - Song for Tarkovsky (2006)에서 타르코프스키 감독에 대한 음악적 헌정에서 출발한 쿼텟은 10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러시아 감독의 이름을 떠올리고 있다. 감독의 영화에서 음악은 일상에 존재하는 소리처럼 여겨졌지만, 그것은 영화 속 음악의 역할을 상대화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 자체로 하나의 고유한 극중 역할을 담당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시간과 공간의 불연속성과 탈선된 네러티브를 퍼즐 맞추듯 재구성해야 하고 그 안에서 음악 역시 자리를 찾아야 할 하나의 조각이었다. 겨우 일곱 편의 필모그래피에 불과하지만 이미 그 자체로 충분히 방대해져버린 감독의 영화에 대해 음악적 주석을 첨언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의 영화가 단순히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면, 그 속으로 인도하는 상상의 문까지 닫아버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이들 쿼텟의 음악 또한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앨범은 두 개의 분절된 이야기 구조를 지니며, 각각의 내러티브는 파편화된 여러 개의 시퀀스들이 번갈아 등장한다. "Rêve", "Dream", "Traum"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연주들은 쿼텟 성원들 전체가 참여한 임프로바이징에 의해 구성되어 있으며, 나머지 곡들은 쿠투리에가 작곡한 곡들을 현대 음악의 실내악적 규범 속에서 재현한다. 앨범 전체의 이와 같은 진행 구성은 타르코프스키의 비선형적 내러티브 구조와 닮아 있다. 특히 임프로바이제이션과 규범적 연주가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앨범의 곡 구성은 난해함 속에서도 심미적 미장센이 이어지는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사운드의 미장센이 존재한다면 이 앨범이 이에 대한 좋은 예일 것이다.

 

2017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