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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Franz Kirmann - Forget Me Not (Bytes, 2022)

영국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François Kirmann Gamaury, 줄여서 Franz Kirmann의 앨범. 2000년대 중반 Tom Hodge와 함께 Piano Interrupted를 결성해 일렉트로닉과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음악을 선보이며 데뷔한 프란츠는 이후 영화, 드라마, 방송, 광고 등 미디어 분야와 관련한 작업과 더불어 무대 및 전시 등의 분야와 협력하며 자신의 음악 경력을 축적한다. 물론 개인 작업도 꾸준히 진행하며 여러 레이블을 통해 자신의 성과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각각의 앨범은 저마다의 고유한 콘셉트를 보여주며 음악적인 내용에서 저마다의 개별적 특징을 지니기도 한다. 개인적인 관심의 다변화일 수도 있고, 시의성을 반영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각각의 앨범에 담긴 고유한 이미지 혹은 메시지는 서로 다른 미묘한 개별성을 지니면서도, 프란츠만의 고유한 개성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특히 구조화된 듯 잘 짜인 사운드의 정합적인 결합은 물론, 진행에서의 우연적 요소를 배제한 철저한 인과성은, 프란츠의 음악이 다양한 양식의 형상으로 분화를 이루는 중에도 그만의 고유한 강박처럼 작용한다. 통산 여섯 번째 정규 앨범인 이번 작업에서 프란츠는 우울감과 향수를 다루는 듯한 음악적 이미지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표현이 결코 절망적 깊이로 향하지 않으며, 정서적 침전을 유도하지 않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음악들은 크게 느릿한 플로우의 미니멀한 코드 진행을 보여주는 여러 겹의 사운드 스케이프와, 이와 대조를 이루는 다양한 텍스처의 라인, 펄스, 노이즈 등이 복합적인 구조를 이루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스테레오 이미지상에서 좌우 대칭을 이루며 진행되는 라인은 각기 다른 공간적 대비를 느끼게 해 주는가 하면, 하나의 플로우가 분열하고 통합되는 과정이 이어지기도 하여, 마치 두절된 세계의 고립된 일상과 그 회복에 대한 염원을 음악으로 묘사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보이스를 이용한 녹음이 많이 등장하는데, 직접 가사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신 의미를 알 수 없는 짧은 몇 마디를 샘플링하거나 루프처럼 활용하여, 마치 우리의 과거 경험이나 회상이 흐릿한 파편으로 전달되는 듯한 느낌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목소리는 복합적인 멜로디의 단편들과 촘촘하게 다양한 질감으로 얽혀 있는 여러 사운드의 집합 속에서 마치 분리되어 나온 듯한 고유한 공간을 이루고 있어, 회상적인 우울감을 무덤덤하게 정서적으로 관조할 수 있도록 해주는 느낌을 들게 한다. 구조화되어 있지만 강박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자연스럽게 기억 한 편의 무의식에 안착해 위로를 전하는 앨범이다.

 

2022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