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프로듀서이자 작곡가 Frits Wentink, 미국 사진작가 Erik Madigan Heck의 협업 앨범. 이들과 함께 봉감독 친구로도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 Tilda Swinton이 내레이션으로 참여한다. 독특한 조합으로 완성된 이 앨범의 애초 제작 의도는 에릭의 사진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시도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프로젝트 진행 중 에릭의 어머니가 암으로 입원 후 Covid-19 감염이 겹치면서 사망하게 되는데, 당시의 경험을 반영해 'Safe Passage'라는 타이틀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화려한 원색의 강한 대비로 유명한 에릭의 시각작업을 생각하면 명료한 사운드에 선명한 테마 라인으로 구성된 음악을 상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의외로 클래식, 합창, 일렉트로닉 등 세 가지 서로 대비되는 음악 양식을 일렬로 배열하여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 구조를 완성하는 방식을 취한다. 미니멀한 현의 불협은 아련한 피아노의 아르페지오로 이어지고 비현실성을 상징하는 듯한 합창의 앙상블이 펼쳐지더니 이는 거대한 혼란을 표출하는 듯한 EDM의 세계로 향한다. 이것은 에릭 사진에서 자주 사용되는 청적황의 색을 묘사하는 방식일 수도 있고, 기존의 관념들을 답습하며 반복되던 일상의 해체를 강요하는 현재 상황에 대한 반영일 수도 있다. 그 무엇이든 분명한 것은 이 앨범은 다음 일상을 준비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위로라는 사실이다.
2021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