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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Gabríel Ólafs - Lullabies for Piano and Cello (Decca, 2023)

 

아이슬란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Gabríel Ólafs의 앨범.

 

가브리엘은 10대 중반부터 관중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20세가 되기 전에 이미 자신의 앨범을 발매하며 대중적인 호평과 관심을 집중시켰으며, Decca와 같은 메이저와의 계약이 증명하듯이, 현재 모던 클래시컬 음악 씬의 촉망받는 신예 중 한 명이다. 연주와 작곡은 물론 작품과 여러 활동을 통해서도 주변 뮤지션들과 폭넓은 관계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최근 들어 여러 음악가들의 인상적인 성과를 함께 작업한 Reykjavík Recording Orchestra의 설립 멤버 중 한 명이라고 전해지며, 가브리엘의 전작 Solon Islandus (2022)에서는 오케스트라 협연의 결과를 반영하기도 한다.

 

깊이 있고 섬세한 감정의 흐름을 멜로디로 담아내는 가브리엘의 작곡은 미니멀한 형식과 구성을 지니면서도, 굴곡이나 은유가 없는 직관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어, 듣는 순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진솔함이 매력적이다. 직관적으로 도달하지만, 깊이와 섬세함까지 온전히 함께 전달하며, 풍부한 묘사적 표현을 바탕으로, 마치 하나의 단편을 보는 듯한 영화적인 상상력까지 품고 있다.

 

이번 앨범은 ‘자장가’를 모티브로 하고 있어 가브리엘이 지금까지 보여준 그 어떤 작업과 비교해도 명료함과 단순함을 특징으로 한다. 10개의 트랙 중 반은 가브리엘의 오리지널이고, 나머지는 레이캬비크의 고서점에서 발견한 아이슬란드 민요의 멜로디를 바탕으로, 음을 바꾸고 화음을 새롭게 완성하여 재구성한 것으로 전한다. 때문에 앨범은 모든 인간이 태어나면서 처음 듣게 되는 음악에 대한 기억과 더불어, 북유럽의 지역적 특색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역사와 향수는 가브리엘 특유의 감성적 섬세함에 통합된다. 연주 형식 또한 단순함을 기본으로 하여, 자신의 피아노가 주를 이루며, 오랜 음악 동료인 첼리스트 Steiney Sigurðardóttir가 6개의 곡에서 가브리엘과 음악적 합을 이루는데, 실제 그녀는 앨범 작업 기간 중에 자신의 아이를 출산하기도 했다.

 

가브리엘과 스타이니의 공간은 멜로디와 카운터의 고전적인 합의를 유연하게 확장하여, 상대의 라인에 인과적인 개연성을 지닌 진행을 중첩하며, 마치 대화 형식으로 플로우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곡의 흐름에 따라 각자의 역할과 기능은 유동적이며, 그 변화의 과정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듯한 일체감을 전하고 있어, 공동의 민속적 경험을 공유하며 연주를 진행한다는 느낌을 전한다. 이 둘의 대화 형식은 엄마와 아이의 교감을 떠올리게 하여, 앨범의 테마에 부합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피아노 솔로는 밤의 분위기에 알맞은 야상의 서정을 넓고 온화한 리버브와 긴 서스테인의 연속 속에서 펼치고 있는데, 멜로디가 지닌 고유한 흐름은 음의 선명함보다는 배음이 연출하는 공간의 분위기를 통해, 마치 꿈결 같은 모습으로 전해진다. 새롭게 재해석한 곡은 물론 가브리엘의 원곡에서도 멜로디는 간결함을 특징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서정과 사색의 공간을 동시에 개방하며 밤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함께 마주하게 되는 현실의 고단함은, 그 어느 나라든 엄마가 들려주는 자장가에 잘 담겨 있다. 사랑하는 아이가 잠들었을 때 비로소 고된 하루의 일과를 끝낼 수 있는 엄마가 불러주는 자장가에는 슬픔과 행복의 정서가 동시에 담겨 있는데, 24살에 불과한 젊은 작곡가는 이와 같은 양가의 감정은 물론, 역사와 추억까지 함께 포괄하는 음악적 깊이를 보여준다. 민속과 모던 클래시컬이 하나의 단일한 음악적 언어로 수렴하고 있어, 모든 면에서 잔잔한 울림을 전하는 앨범이다.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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