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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Gaussian Curve - The Distance (Music From Memory, 2017)


일렉트로닉과 앰비언트 계열의 프로젝트 그룹 가우시안 커브의 두 번째 레코딩. 전작 Clouds (2014)에 대한 앰비언트 음악씬에서의 많은 관심과 호평에도 불구하고 맴버인 Gigi Masin, Jonny Nash, Marco Sterk 등은 그 동안 각자의 개별적인 활동에 전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신보 역시 이들의 데뷔 앨범의 연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요소들이 다분하다. 최근 앰비언트 씬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기존의 음악적 형식과 구성을 해체하고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한 사운드 이펙트의 결과 그 자체에 치중하는 반면, 가우시안 커브의 경우 정교한 기악적 진행과 구성의 형식적 완성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그 자체의 효과가 목적이라기 보다는 연주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다른 뮤지션들과 차이를 두고 있다. 각자의 역할 속에서 단일한 음악적 합의를 이끌어가는 독특한 트리오 포맷의 음악이 완성되는 셈이다. 때문에 "Suspended Motion"이나 "Four for You" 곡에서는 라이트한 퓨전 재즈 트리오의 연주를 듣는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신보에서는 전작과의 거리를 분명히 하려는 노력 또한 존재한다. "Breathe"와 같은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존 자신들의 음악적 방법론 속에서도 전통적인 악기들을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보다 풍부한 공감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시도를 하는가 하면, "The Distance" 처럼 다운 템포 계열의 트립합 비트를 활용해 이미지너리한 음악적 공간을 연장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초창기 베를린 학파의 음악적 실험들을 21세기의 방식으로 현대화하고 그 형식을 단편화시켜 보다 감각적인 형태로 재구성했다는 느낌이 들 만큼, 어찌보면 친숙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세련된 인상을 준다. 이들의 음악에 한 번 정도 주목해 본다고 손해 볼 일은 아닌 듯 싶다.


2017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