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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Gdanian - Submersion (Cryo Chamber, 2021)

Gdanian이라는 이름으로 독일에서 활동 중인 러시아 앰비언트 뮤지션 Sergey Gdanian의 앨범. 게임이나 광고 등 여러 편의 미디어를 위한 음악을 제작한 것으로 전해지는 세르게이는 올해 초 In the Torchlight (2021)와 Counterpart (2021)을 연이어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작업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던 이 작업 덕분에 Cryo Chamber와 계약을 하게 되고 그 첫 앨범을 최근 발표하게 된다. 다크 앰비언트의 경향적 흐름을 대표하는 레이블의 성격과 그 어떤 이질감도 없이 잘 어울리며, 각각의 앨범이 지닌 독특한 주제는 물론 가상 세계의 탐험으로 이어지는 음악적 분위기 또한 시네마틱 한 앰비언트적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하고 있다. 레이블의 작업 중에는 앨범의 콘셉트나 주제를 설명하기 위한 긴 문장의 텍스트를 함께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세르게이의 녹음은 커버 아트 하나와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직관성을 지니고 있다. 음악을 듣는 순간 깊은 심해로 향하는 주인공의 긴장감은 물론 그 주변을 유영하는 거대 바다 생물체의 모습과 더불어 주변 색감, 수압, 물의 질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사운드를 이용한 묘사는 무척 뛰어나고 섬세하다. 이와 같은 세부적인 사운드 디자인의 완성도는 음악적인 내러티브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핵심이 된다. 전체적으로 감정과 긴장의 일관성을 지속하는 패드와 드론은 존재하지만 각각의 개별적인 시퀀스를 묘사하는 사운드는 구체성을 지니고 있어 그 미세한 변화만으로도 이야기의 흐름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가상공간을 테마로 하는 스토리 텔링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경험적으로 익숙한 심볼릭 한 사운드를 조합해 구체적 묘사를 진행한 점이 이번 앨범의 내러티브적 성격을 강하게 부각하는 큰 요인이 아닐까 싶다. VST를 활용한 듯한 사운드의 특성들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그 느낌은 사이-파이적인 이질감보다는 고전적인 악기의 느낌과 일정한 대칭적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때로는 레트로 한 표현을 활용해 시간적인 경험을 굴절시키는 감각을 발휘하기도 한다. 여기에 적절한 효과음까지 더해지며 내러티브의 흐름을 더욱 세밀하게 완성한다. 심해라는 환경을 묘사하기 위한 리버브가 적절히 드리워져 있으면서도 각각의 레이어들이 저마다 자신의 공간적 배열을 이루고 있어 음악적인 상상력과 더불어 이미지너리 한 경험도 함께 제공한다. 창조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기존의 요소들을 어떻게 새롭게 재조합하느냐에 관한 답변임을 보여주는 듯한 앨범이다.

 

2021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