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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Geir Sundstøl - St. Hanshaugen Steel (Hubro, 2021)

노르웨이 기타리스트 Geir Sundstøl의 앨범. 1969년생으로 30년 넘는 음악 생활 중에 400여 편 가까운 세션 및 그룹 녹음에 참여했지만 정작 자신의 이름으로 된 리드작을 발표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게이르는 Furulund (2015)의 발매를 시작으로 2년 간격으로 Langen Ro (2017)와 Brødløs (2019)를 연이어 선보이며 그동안 축적된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쏟아붓는 듯한 창의적인 집중력을 발휘한다. 일련의 작업에는 지금까지 게이르와 함께 활동을 펼쳤던 노르웨이의 수많은 대표적인 뮤지션들이 참여하여 그의 음악적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 이번 작업 또한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세 편의 연작에 함께 했던 드럼/퍼커션 Erland Dahlen과 키보드 David Wallumrød가 이번 녹음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2019년 작업에서 연주했던 베이스/오르간 Mats Eilertsen과 베이스 Jo Berger Myhre도 포함되어 있어 전작과의 연속성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 트럼펫 Arve Henriksen이 참여하고 있어 전작에서의 Nils Petter Molvær의 자리를 대신한 것처럼 보이며 어린이 합창단 Sølvguttene도 일부 트랙을 담당하고 있어 이전 작업과의 차이도 짐작게 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녹음에서도 게이르는 다양한 종류의 기타들을 비롯해 여러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페달 스틸 기타의 비중이 높아 실재했던 옛 철강 공장의 이름을 앨범 타이틀로 정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와 관련해서 조금은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공장은 60년대를 기점으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하는데, 앨범에서 들려주는 사운드는 마치 그 시절의 기억을 회고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게이르의 기타 톤 때문인지 때로는 웨스턴 마카로니 스타일을 떠올리게 하는 여유로움과 비장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일부 트랙에서는 그 시절의 사이키델릭 한 정서적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레트로 한 분위기와 사운드가 압도적인데, 실제 Minimoog, Arp Pro Soloist, Juno 6 등과 같은 빈티지 아날로그 신서사이저를 사용해 앨범 고유의 몽환을 완성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앨범 특유의 정서적 공간과 더불어 여기에 멜로디 중심의 진행을 선보임으로써 프로그레시브-록과도 같은 사운드와 내러티브까지 떠올리게 된다. 앨범 전체를 강하게 압박하는 고유한 분위기에 다면적인 특징까지 더해진 최고의 작품이다.

 

2021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