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아니스트 Giorgio Ferrera의 트리오 앨범. 조르지오는 정통 클래식을 전공한 뮤지션으로 바흐에서부터 현대 고전에 이르는 폭넓은 음악 관련 프로젝트를 펼쳤는데, 특히 실내악 관련한 활동을 통해 인상적인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더불어 작곡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함께 즉흥 연주에도 상당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으며, 음악원 재학 시절 전문적인 마스터 클래스 과정을 수료하기도 한다. 2010년대 중반 데뷔 이후 북미와 유럽의 여러 재즈 뮤지션들의 세션으로 참여했으며, 자신의 쿼텟을 이끌기도 했는데, 오랜만에 선보인 이번 앨범은 베이스 Alessandro Del Signore, 드럼 Pierluigi Tomassetti가 참여한 트리오 형식으로 녹음되었다. 좀처럼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조르지오의 리드 앨범이라 그만의 음악적 스타일을 개괄하기는 힘들지만, 앨범을 듣다 보면 클래식, 실내악, 임프로바이징 등과 관련한 앞선 언급들이 긴밀한 연관을 이루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힘은 작곡에서 드러난다. 비장하고 서정적인 멜로디에 정교한 편곡으로 구성된 인상적인 테마는, 치밀한 공간 구성 속에 완성된 앙상블을 통해 완성되고 있어, 그 첫마디를 듣는 순간부터 강한 인상을 받게 된다. 도입에서부터 즉흥이 전개되기 직전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섬세하게 조직된 실내악적 양식을 연상하게 하는데, 이후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 또한 그 구성의 힘을 연장한 듯한 공간 속에서 펼쳐지고 있어 곡 하나하나 지속적인 몰입을 경험하게 한다. 즉흥의 공간에서는 새 멤버의 긴밀함과 인터랙티브 한 내밀함이 더해지며 다양한 양식의 표출을 이루는데, 때로는 에너지가 폭발하며 급격한 전위를 이루는가 하면, 태마의 분위기를 연장해 보다 더 섬세한 서정적 내러티브를 펼치기도 한다. 전체적인 진행은 피아노의 공간을 중심에 두고 진행되며, 베이스와 드럼은 비교적 오소독스 한 스텐스를 취하면서도, 나름의 능동적 개입을 개방하고 있어, 무척 익숙하면서도 안정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트리오의 공간 구성이 일상적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어쩌면 멜로디가 지닌 강한 힘에 더해, 강한 내력을 발휘하며 피아노를 중심으로 강하게 끌어당기는 힘 때문이 아닐까 싶다. 피아노의 자신감 넘치는 연주와 풍부한 상상력에 바탕을 둔 과감한 진행에, 마치 섬세한 퍼즐 조각처럼 딱 맞게 끼워 맞춘 듯한 치밀한 인과성을 기반으로 하는 베이스와 드럼의 능동적 개입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정교한 아키텍처를 연상하게 하는 테마는 물론, 임프로바이징의 공간 속에서도 벨로시티와 템포조차 온전한 정합을 이루며 멤버 상호 간에 다양한 프레이즈를 연출한다. “Black Hole Sun”과 같이 전자 악기를 이용한 색다른 시도 역시 선보이기도 하지만, 정통적인 스텐스에서 펼쳐지는 기존 연주가 주는 강한 몰입과 입체적인 긴장에 비하면 다소 평면적이다. 강박감이 만든 미학을 수록한 앨범이다.
2022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