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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Girls In Airports - Leap (Kaja, 2021)

덴마크의 재즈 그룹 Girls In Airports의 앨범. 이번 앨범에서는 지금까지 색소폰과 클라리넷을 연주했던 Lars Greve 대신 바이올린 Nils Gröndahl이 참여하고 있고 그 외 색소폰 Martin Stender, 키보드 Mathias Holm, 퍼커션 Victor Dybbroe, 드럼 Anders Vestergaard 등의 기존 멤버들과 더불어 Aarhus Jazz Orchestra와의 협연을 담고 있어 조금은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사운드의 규모나 새로운 편곡에 따른 재해석 등을 엿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해서 GIA가 지향하는 음악에서 큰 차이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재즈를 기반으로 월드 뮤직, 포크, 앰비언트 등의 음악적 요소들을 수용하고 있지만 어느 한 장르의 절대적 우위를 드러내지 않는 절충적 태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들의 독특함은 단순히 이와 같은 장르 복합적 특징뿐만 아니라 이를 표출하는 방식인데, 그냥 편하게 이들의 음악만을 듣다 보면 마치 슈게이즈 계열의 록 공연을 보는 듯한 냉소적 열정이 묘한 느낌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여러 악기들로 이루어진 프레이즈에 정교한 합 대신 서로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며 마치 각자의 공간 속에서 관조적인 대응을 하는 듯한 여유로움 또한 이들의 매력이기도 하다. 오케스트라 또한 이와 같은 GIA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는 듯 보인다. 브라스를 중심으로 여러 음역대의 사운드가 촘촘하게 틈을 메우고 있고 전체적인 볼륨감에 있어서도 보다 더 넓은 공간을 묘사하고 있지만, 기존 GIA에서 느낄 수 있었던 여유와 냉소적 분위기는 협연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이번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은 기존 곡들을 오케스트레이션에 맞게 편곡하여 들려주는데, 앰비언트적인 일렉트로닉의 사운드 스케이프를 다양한 브라스의 배음으로 채우거나 단순했던 솔로의 라인을 하모닉스에 의해 풍부하게 펼쳐내는 등 원곡과는 다른 음악적 접근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우리가 GIA에게서 기대하는 고유한 정서적 반향은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10년 넘게 이토록 한결같은 모습을 지속할 수 있는 것도 분명 대단한 것이다.

 

2021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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