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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Go Outside - Working Memory (Valley View, 2023)

 

Go Outside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미국 앰비언트 뮤지션 Andrew Shaffer의 앨범.

 

2020년부터 조금씩 자신의 작업을 선보이기 시작한 GO는 앰비언트라는 경향적 흐름 속에서 전자음악의 다양한 요소들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트 스텝, 시퀀싱은 물론 드론, 사운드스케이프, 필드 리코딩 등을 이용해 앰비언트의 여러 흐름을 자신의 방식으로 포착하기도 했는데, 비교적 최근에는 이를 보다 간결하게 구성하는 대신, GO가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적 특징에 조금 더 집중하는 듯한 모습으로 진화하는 듯하다.

 

‘밖으로 나가다’라는 활동명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주로 자연경관이나 외부 환경에 대한 경험적 감성을 사운드로 포착하고 이를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주변의 묘사적 특징을 반영하기 위한 필드 리코딩의 역할은, 이전부터 GO의 작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곡의 전체 구성에서 그 활용은 일부 마디에 국한되기도 하지만, 이미지나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며, 실제 필드 리코딩 샘플만을 따로 공개하기도 했는데, 어쩌면 그의 음악의 중요한 모티브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랜덤한 패턴으로 이어지는 시퀀싱은 계곡물 흐르는 물방울 소리를 닮았고, 사운드스케이프는 주변 자연의 온도를 반영하는 듯한 모습처럼 들리기도 한다.

 

GO의 음악적 표현이 간결해진 만큼 테마를 구성하는 시퀀싱이나 사운드스케이프의 플로우와 전개는 보다 몰입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 폴리포닉한 사운드의 구성 외에도 노이즈 오실레이팅을 이용해 풍부한 질감을 연출하기도 하여, 때로는 필드 리코딩 없더라도, 완성된 기본적인 음향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고유한 묘사적 분위기를 담아내기도 한다. 이와 같은 사운드의 웨이브는 곡의 흐름에 따라 프리퀀시나 레조넌스 등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뉘앙스로 진화하며 전개를 이끌어가기도 한다. 기본적인 음향 캐릭터의 지속 속에서 몰입적인 변화의 흐름을 포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LFO의 조절이 반영된 전혀 다른 특징의 음향으로의 진화를 보여주며 곡의 구성을 새롭게 완성하는 등, 개별 트랙의 특징에 따라 플로우의 다양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신서사이저의 기본적인 사운드 플로우 외에도,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스웰 톤의 기타 레이어를 더해 곡의 이미지를 보다 풍요롭게 완성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간단한 코드 진행과 몇 마디로 이루어진 짧은 루프와도 같은 반복적 개입을 보여주면서도, 다양하게 연출한 딜레이와 리버브의 조합만으로도 공간의 이미지를 확장하는 역할을 하는가 하면, 때로는 그 자체로 고요한 정서적 울림을 반영하는 듯한 모습을 완성하기도 한다. 기타의 톤 사운드는 전자 음향의 특징과 비교적 안정적인 조화를 완성하며, 경우에 따라 시퀀싱을 대신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곡의 특징을 구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전자 음향의 시퀀싱이나 사운드스케이프, 필드리코딩, 기타 등 간결한 요소로 이루어진 곡들이지만, 그 조합으로 완성하는 이미지는 오히려 다양하고, 개별 곡의 흐름 속에서 담아내는 변화는 무척 풍요롭다. 무엇보다 자연 속 일상과 변화를 담아낸 듯한 음악적 표현은 섬세하며, 그 안에 정서의 변화를 포착한 플로우는 몰입적이다. 조용한 산책을 위한 OST와도 같은 앨범이다.

 

 

2023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