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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GoGo Penguin – v2.0 (Gondwana, 2014)


만나면 쓰담해주고 싶은, 영국 멘체스터 출신의 귀엽고 깜찍한 고고 펭귄 트리오의 신작이자 두 번째 앨범. 학교 일진들로부터 빵셔틀 당했을 법한 외모들과 달리 영국왕립음악원 출신들이다. 음악원 재학 중이었던 시절 Chris Illingworth (피아노), Nick Blacka (베이스), Rob Turner (드럼) 등이 모여 결성한 고고 펭귄은 스스로 ‘Aphex Twin to Brian Eno, Debussy to Shostakovich and Massive Attack to EST’ 등으로부터 음악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다. 하지만 이러한 영향은 단순한 음악적 차용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출처를 찾기 어려울 만큼, 분명한 자신들의 음악적 색을 표출할 만큼의 강력한 음악적 융합을 이뤄내고 있다. 이들의 데뷔 앨범 Fanfares(2012)에서 보여준 기존 음악들에 대한 접근 태도는 신인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대답했고 과감했다. 이번 앨범 역시 그동안 여러 유명 뮤지션들과의 컬래버레이션과 무대 경험을 살려 더욱 진전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세 개의 악기로 구성된 레이어들이 겹치면서 만들어내는 사운드의 이미지는 공간은 빈 공간을 찾기 힘들 만큼 강한 음악적 구성력을 지니고 있다. 빠른 전개에도 불구하고 균형은 단 한 순간도 흐트러지지 않으며, 순간의 극적 변화에 대해서도 마치 한 몸처럼 섬세하고 기민하게 대응한다 (같은 영국  출신이지만 얼마 전에 시승했던 제규어 XFR보다 more better than이다). 이들은 무의미한 사운드의 공간을 최소화하는 대신 정해진 공간 안에서 밀도를 최대한으로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앞에서 레이어라는 표현을 쓴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것이 이들이 보여준 음악적 응집력의 이유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오디오의 사운드 이미지가 형성하는 스테이징은 그리 넓지 않지만 공간의 깊이감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201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