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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GoGo Penguin - A Humdrum Star (Blue Note, 2018)


영국 출신의 재즈 피아노 트리오 고고 펭귄의 신보. 통산 네 번째 앨범이자 두 번째 블루 노트 발매작이다. 이번 앨범 역시 Chris Illingworth (p), Nick Blacka (b), Rob Turner (ds) 등이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재즈 트리오에서 Esbjörn Svensson과 EST 부재의 아쉬움을 그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지만 그래도 GGP가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게 된다. 포스트-EST를 자처하며 등장한 수많은 후속들이 EST의 사운드와 음악적 형식을 따라 하기 급급할 때 GGP는 EST의 본질에 가장 근접한 트리오 중 하나로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전통적인 피아노 트리오의 포맷 속에 재즈가 지닌 개방적 성격을 적극 수용하여 장르와 형식의 기존 범주를 넘어선 새로운 가능성을 EST가 보여줬다면, GGP는 그 경계의 외연을 어떻게 더 확장할 것인가, 더불어 그 내연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질문들에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가장 실천적인 답을 제시하고 있는 그룹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번 앨범은 GGP의 음악적 표현에 있어서도 확실한 진화를 의미한다. 일렉트릭 사운드를 자신들의 음악적 언어로 내재화하고 있으며 그 자체로 장르적 확장성을 가능하게 하는 유연성과 개방성을 보장한다. 이들이 에이블톤 라이브나 로직 스튜디오로 무엇을 한다는 것 자체는 이미 의미가 없다. 전통적인 연주와 디지털 작업의 경계가 이들에게는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결과로 드러난 음악에서는 하나의 단일한 문법 체계에 기반을 둔, GGP에 고유한 표현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전통에 귀속되지 않으면서 고전적인 재즈의 영역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기존 범주에 속해 있으면서도 그 외부에도 존재하는 음악적 개방성을 GGP는 실천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Carl Sagan이 TV 시리즈 'Cosmos'에서 지구를 '하나의 단조로운 별'로 불렀지만 GGP는 '별 볼일 없는 일개 행성' 안에서 얼마나 다이내믹한 음악적 움직임이 생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GGP의 음악이 옳은 이유는 살아 있고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이다.

2018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