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자음악가 Bruce Moallem의 다크 앰비언트 프로젝트 God Body Disconnect의 앨범. 최근 5-6년 동안 브루스는 거의 매년 GBD의 타이틀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데, 과거 데스 메탈 밴드의 드러머로 활동했던 그의 경력을 생각하면 조금은 이례적이다. 결과적으로 브루스는 지금의 GBD에 안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또한 자신만의 색을 지닌 앰비언트 음악으로 나름의 입지도 구축했다고 할 수 있다. 흔히 다크 앰비언트라고 부르는 경향 속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데, 그중에서도 GBD는 인간 내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그의 음악에는 장엄한 서사나 초현실적 담론 등은 존재하지 않는 대신, 정서와 감정 이면의 다양한 욕망, 갈등, 불안, 공허 등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음악들이 우울감에 침전하며 스스로를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자기 파괴적인 형상을 띄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분히 성찰적이어서 마치 현재의 자신을 진솔하게 마주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이는 Cryo Chamber 레이블의 다른 뮤지션들이 보여주는 것과는 다른 음악적 결을 이루는 이유이기도 하며, 다크 앰비언트라는 분류 속에 포함되어 있으면서도 조금은 더 보편적인 범주에서 GBD의 음악을 바라보게 되는 근거이기도 하다. GBD의 음악에는 화려한 수사나 극적인 진행이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성찰의 깊이에 걸맞은 깊은 사운드의 울림이 존재하고, 웨이브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반복과 흐름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부연되는 현실의 음향이나 미세한 이펙트 등이 활용되기도 하지만 이는 묘사적이라기보다는 분위기를 구성하는 요소처럼 작용한다. 마치 해몽이 불가능한 어두운 꿈속에 머무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도 절망적 잠식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어쩌면 치유를 위한 자기 반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는 앨범이다.
20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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