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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God Is An Astronaut - Epitaph (Napalm, 2018)


아일랜드의 3인조 포스트-록 그룹 GIAA의 신보. 2002년 쌍둥이 형제 Torsten Kinsella (g, key)와 Niels Kinsella (b)에 의해 결성된 GIAA의 통산 아홉 번째 앨범으로 초기부터 이들과 함께해온 Lloyd Hanney (ds) 역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중 취향과는 거리를 둔 장르에서 이들처럼 오랜 시간을 꾸준하게 달려올 수 있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해당 분야에서 GIAA가 차지하는 음악적 위상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앨범은 Helios | Erebus (2015) 발표 이후 가족 내의 슬픈 사고에 대한 기억과 고통이 반영된 듯한 타이틀로 발표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지금까지 발전시켜온 기본적인 음악적 스텐스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렉트릭 효과가 만드는 미묘한 사운드 스케이프, 키보드와 피아노에 의해 구성되는 애틋한 멜로디 라인, 기타의 냉소적인 슈게이즈 등은 이미 기존의 태도에서 큰 변화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번 앨범에서 기존의 미묘함은 고통을, 애틋함은 슬픔을, 냉소는 멜랑콜릭한 정서와 어울리며 예전보다 감정에 기댄 사운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변화라기보다는 오랜 시간 축적한 음악적 경험을 통해 음악으로 자신들의 정서에 도달하는 방법을 터득한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고, 이번 앨범에서 담고자 했던 내용의 본질을 기존 방식에서 재구성한 결론일 수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슬픈 감정이 균형을 이루며 행복했던 기억까지 떠오르게 만드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정교한 사운드의 조합을 통해 연출되는 비장한 분위기와 순간의 역동적인 모티브를 이어가며 구성되는 내러티브의 아름다움은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이들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 일부 트랙이긴 하지만 GIAA의 오랜 멤버였던 Jamie Dean (g)이 참여해 앨범에 의의를 더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뮤지션이자 커버 아트 디자이너인 Fursy Teyssier가 작업한 표지는 어린 가족을 잃은 형제의 애도 마음이 표현되었음은 물론 이번 앨범의 분위기와 정교한 일체감을 보여주고 있다. 음악은 감정을 포용하는 언어임을 보여주고 있다.


2018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