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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speed You! Black Emperor - G_d’s Pee AT STATE’S END! (Constellation, 2021)

캐나다 포스트-록 그룹 Godspeed You! Black Emperor의 앨범. 1994년, 현재에도 원년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기타 Efrim Menuck와 베이스 Mauro Pezzente 등에 의해 4인조로 출발 이후 8-9명까지 규모가 커졌고, 2003년부터 2010년까지의 공백 끝에 9인조로 재결성을 알렸다. 이번 작업은 10명의 뮤지션이 함께 녹음을 완성한 통산 7번째 정규 앨범이자 Luciferian Towers (2017) 이후 오랜만에 선보인 신작이다. 오랜 활동 기간과 더불어 독특한 GY!BE의 스타일은 물론 뛰어난 무대 공연 등으로 인해 장르 내에서의 영향력은 상당한데, 특히 이들이 매번 앨범마다 담고자 했던 강한 메시지는 대중적 공감을 만드는 요소이기도했다. 이번 앨범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감옥을 비워라", "경찰 권력을 빼앗아 그들의 공포에 떨었던 이웃들에게 주어라", "영원한 전쟁 및 모든 형태의 제국주의를 끝내자", "부자들에게 가난해질 때까지 세금을 부과해라" 등 네 개의 음악적 프로파간다를 7개의 트랙을 통해 외치고 있다. 낭만적 아나키즘의 구호처럼 들리는 과격한 주장은 당연히 현 보건 위기의 상황과 관련된 것으로, 질병 통제의 무능을 권력 통치의 강화로 치환하려는 서구 사회의 관리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연관이 있다. 때문에 이들의 음악적 톤은 어느 때보다 볼드하고 확장적인 음악적 형식과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팬데믹의 공포 이면에서 끊임없이 자행되는 군국주의의 부활 움직임과 기축통화를 쟁점으로 자행되는 패권적 싸움을 묘사하는가 하면, 그 속에서 희생되는 무고한 생명과 일상에 대해서도 잊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마침내 우리가 누려야 할 승리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로 앨범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는 마치 과거 Pink Floyd의 유산을 현재 상황 속에서 복원하려는 움직임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 형식적 유사성을 문제 삼기보다는 누군가 해야 할 음악적 실천을 GY!BE가 나서서 했다는 점에 더 큰 방점을 찍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암울한 시대일수록 막연하게 제시하는 희망이라는 단어만큼 비관적인 것도 없지만, 이들이 마지막 6분 동안 보여주려고 했던 메시지만큼은 반드시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망을 갖게 된다. 메시지는 물론 그 음악에서도 가장 강한 에너지를 응축한 앨범이다.

 

2021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