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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Goldmund - Occasus (Western Vinyl, 2018)


미국의 작곡가 겸 연주자 Keith Kenniff의 골드문트 신보. 케네프는 버클리 재학 중인 2004년에 Helios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앰비언트 계열의 일렉트로닉 분야에 발을 내디디고, 이듬해에는 골드문트라는 이름의 피아노 솔로를 중심으로 한 작업을 선보인다. 이 외에도 케네프는 Unseen 레이블을 만들어 자신의 음악적 취향을 반영한 음반들은 물론 영화와 TV 음악도 발매하는 등 활발한 개인 및 가족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골드문트의 타이틀은 주로 Western Vinyl을 통해 발매하고 있는데, 이번 앨범은 Sometimes (2015)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피아노 녹음이다. 최초의 골드문트의 연주는 말 그대로 순수한 피아노 솔로로 이루어졌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츰 신시사이저나 전자 악기의 효과를 활용해 피아노가 구성하는 음악적 이미지를 풍부하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게 된다. 전작은 물론 그 이전 작업과 이번 앨범 사이에 시간의 간격이 있더라도 케네프가 골드문트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적 지향에는 근본적인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짧은 현과 뭉친듯한 업라이트 사운드로 마치 홈리코딩과 같은 일상적 거리에서 연주하는 것 같은 피아노와, 과장되지 않고 효과와 배경으로 존재하는 전자 음향과의 긴장은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기본 특징을 이루고 있다. 또한 늘 그렇듯 케네프의 음악이 지닌 추상적 표제는 그 자체로 개별 곡의 주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때문에 앨범 전체는 하나의 단일한 음악적 콘셉트로 구성되었다기보다는 각각 독립된 15개 트랙의 개별적 특성이 반영된 옴니버스적인 느낌이 강하다. 다만 이전 앨범들과 다른 점은 전자 및 음향 효과가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피아노의 울림을 강조하는 에코의 깊은 잔향이나 배경을 이루던 효과음이 전면에 드러나는 일부 트랙에서의 모습은 확실히 기존 골드문트의 음악에서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기도 하다. 그래도 여전히 헬리오스의 음악과 차별점을 이루는 골드문트만의 특징이 강하게 주목받는 것은 사실이다. 일상의 서정을 다룬 단편 소설 같은 앨범이다.


2018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