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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Guillaume Poncelet - 88 (BMM, 2018)


프랑스의 작곡가 겸 프로듀서 기욤 퐁슬레의 피아노 솔로 앨범. 2000년대 중반 데뷔 이후 l'Orchestre National de Jazz, MC Solaar, Electro Deluxe 등 장르를 넘나드는 활동을 보였고 여러 프랑스 뮤지션들의 앨범 작업에 작곡, 편곡, 프로듀싱은 물론 Michel Jonasz의 앨범과 투어에 참여해 음악 감독과 트럼펫을 연주하는 등 다양한 음악적 커리어를 축적한다.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진행하던 기욤은 솔로 작업을 염두에 둔 곡들을 준비하게 되는데, 2014년에 작곡된 것으로 전해지는 일련의 피아노 소품들이 이번 앨범을 통해 선보이게 된다. 재즈, 소울, R&B, 힙합, 샹송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했던 지금까지의 모습과 달리 자신의 솔로 앨범에서 기욤은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음반들이 연상되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다수 뮤지션들의 열악한 작업 환경을 상징하는 일반적인 업라이트 피아노를 이용하고 있지만, 기욤은 짧은 현과 작은 공명판이 만드는 특유의 사운드와 질감을 활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실제로 기욤은 스튜디오 내에서 정교한 마이크 세팅을 통해 명징하지 못한 몽롱한 울림을 최소화하는 대신 업라이트 고유의 음감을 살리기 위해 정성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비공식 발매된 Live aux Studios Davout (2017)에 수록된 "Morning Roots", "Après", "The Two of Me" 등을 이번 앨범에 실려 있는 연주와 비교해 보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확연한 차이를 경험할 수 있다. 이번 앨범에서 기욤이 들려주고 있는 음악들은 다분히 일상적인 영역 내에서의 익숙함을 테마로 하고 있다. 그 내용에 있어서도 다분히 팝적인 이지 리스닝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업라이트로 연출한 편안함이 이 앨범의 매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기욤의 연주는 마치 내 주변 공간을 구성하는 디자인의 한 요소처럼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도 하고, 연주 실력 뛰어난 친구가 놀러와 잠자고 있던 거실 피아노를 연주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어쩌면 내게 가장 필요했던 음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2018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