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Høbama - II (AMP, 2021)

네덜란드 트럼펫/플루겔호른 연주자 Claus Højensgård, 이탈리아 드러머 Nelide Bandello와 키보드 Emanuele Maniscalco가 주축이 된 Høbama의 앨범. 트리오는 클라우스가 2년 동안 이탈리아에 머물던 중 2016년에 결성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현재의 팀 이름은 이들의 첫 공동 타이틀 앨범 제목을 각 멤버들의 성에서 첫 알파벳 두 자씩을 조합해 Høbama (2018)라고 발표한 것에서 유래한다. 클라우스는 전통적인 재즈를 비롯해 프리와 아방가르드를 넘나드는 폭넓은 표현을 선보이는 동시에 일렉트로닉을 접목한 실험적인 작업도 선보였고, 넬리드 또한 록, 펑크, 팝, 포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면서도 독자적인 작곡과 즉흥에 바탕을 둔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에마누엘은 드러머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후 덴마크로 이주하면서 피아니스트로 진로를 바꿔 프리 임프로바이징을 활용한 창의적 표현에서 두각을 나타낸 뮤지션이다. 이와 같은 조합에서 이들 트리오가 어떤 음악을 들려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60년대 미국의 프리 재즈에 영향을 받아 즉흥적 모티브를 활용한 자율적 공간 구성을 선보이는 동시에, 70년대 초 ECM을 통해 몇몇 뮤지션들이 선보인 일련의 실험적인 구상을 복원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때문에 이들이 합의하는 공간 구성과 진행 방식은 무척 독특하다. 멜로디를 담당할 수 있는 두 개의 악기가 존재하지만, 실제 전체적인 진행에서의 주요 모티브는 클라우스의 라인에 의해 이루어지며, 키보드와 드럼을 포함 게스트로 참여한 베이스는 각자의 공간에서 능동적인 반응을 이어가는 방식을 취한다. 클라우스의 라인은 펜타토닉에 기반하고 있어 고유한 음악적 톤을 일관되게 지속하면서도 다양한 모티브를 동원해 그 형상을 다 변화하는데, 그이면 개별 멤버들의 자율 공간은 그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각자의 개입을 활성화하고 있어, 그 진행은 마치 한 곳에 자리 잡고 살아가는 해양 생명체의 생생한 움직임과 변화를 관찰하는 듯하다. 특히 에마누엘의 키보드는 특유의 몽환적인 톤으로 인해 그 생생함의 형상에 신비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자율적 공간을 안정적인 무게로 버티고 있어 팀 고유의 색감을 채색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어 인상적이다. 또한 이번 녹음에는 덴마크 베이시스트 Anders AC Christensen를 참여시켜 이와 같은 능동적 공간을 보다 풍부한 이미지들로 채워가고 있어 70년대 초 유럽에서 진행된 일련의 실험적인 작업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고전적인 어법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된 앙상블의 완성을 담고 있는 앨범이다.

 

2021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