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ezer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남아공 전자음악가 Ebenhaezer Smal의 앨범. 지금까지 주로 장르 종합적 댄스 음악을 선보였던 헤이저가 이번에는 자신의 레이블에서 앰비언트 계열의 앨범을 발표했다. 3개 트랙이지만 1시간 40분을 훌쩍 넘는 러닝 타임을 지닌 이번 앨범은 자신의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만든 곡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곡들은 전체적으로 완만한 전개의 특성을 보이면서 급격한 분위기의 반전 없이 일관된 흐름을 유지한다. 엔벨로프 또한 완만하고 지속적이어서 급격하게 개입해 들어오는 사운드 없이 잔잔한 느낌을 꾸준히 이어간다. 중저역대에서 연출되는 드론 스웰이 전체적으로 묵직한 분위기를 지배하지만 여리게 흐르는 중고역대의 미세한 라인은 마치 어두운 배경 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무의식을 묘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저음역을 부풀려 전반적으로 안정된 느낌을 주긴 하지만 장시간 몸을 누르는 음압으로 인해 이것이 과연 불면증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한 편에서 의문이 들기도 한다.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 앨범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인상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 느낌을 가장 절묘하게 포착한 것이 앨범 커버가 아닐까 싶은데, 전체적으로 무거운 느낌이 지배적이면서도 중고역에서 드러나는 선명한 이미지들에서 강한 기억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복잡하지 않은 사운드의 구성에 형식적 구조에 구애받지 않은 느린 속도의 즉흥성을 길게 이어간 듯한 앨범이다.
2021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