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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Held By Trees - Solace (Tweed Jacket, 2022)

 

영국 뮤지션 David Joseph의 프로젝트 밴드 Held By Trees의 앨범. HBT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이기도 한 데이브의 주도로 결성된 그룹으로, 연인원 20명이 넘는 뮤지션들이 참여한 일종의 슈퍼 밴드다. 이번 앨범은 Talk Talk 및 Mark Hollis에 대한 헌정의 의미로 제작되었다. 실제로 녹음에는 생전 마크의 오랜 동료들인 드럼 Martin Ditcham, 플루트/클라리넷 Andy Panayi, 도브로 기타 Robbie McIntosh, 피아노/하모니움 Laurence Pendrous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Denis Blackham과 Phill Brown 등의 엔지니어가 은퇴를 번복하고 직접 마스터링과 믹싱을 각각 담당했고, James Marsh의 일러스트가 커버 아트를 장식하고 있어, 이번 앨범이 지닌 의미를 더욱 빛내고 있다. 록의 계보와 역사를 살피다 보면 전혀 의외의 뜻하지 않은 계기로 인해 새로운 흐름의 분화가 이루어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후기 TT의 앨범들에 대해 Radiohead는 직접적인 영향을 언급하기도 했고, 많은 평론가들은 포스트-록으로 발전하는 다양한 모티브를 담고 있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한다. 이번 HBT의 작업은 TT의 Spirit Of Eden (1988)과 그 후속작 Laughing Stock (1991)을 비롯해 MH의 Mark Hollis (1998) 등을 음악적인 모티브로 삼고 있다. 하지만 HBT의 작업은 해당 오리지널을 직접 차용하는 대신 그 앨범들이 지닌 내용과 성과를 새로운 작곡을 통해 복원하고 있으며, 동시에 그 음악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함께 시도한다. 이는 데이비드의 작곡은 물론 개별 곡의 편곡과 편성을 통해 반영될 뿐만 아니라, 장르적 경계에 대한 관점과 시각 또한 포함하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이번 작업이 보여주고 있는 미묘한 경계적 특성, 즉 프로그레시브와 포스트-록의 접근을 포괄하면서도, 온전한 형식으로 분화하지 않은 이중적인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데, 어쩌면 그 자체로도 고유한 매력을 담고 있는 익숙하면서도 독특한 표현이기에 전혀 이질감 없는 음악적 완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기에는 1988년 앨범에서 보여준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확장하는 재즈적인 접근까지도, 새로운 형식적 구성을 통해 일부 트랙에서 담아내고 있어, 오리지널의 해석에서 상당히 포괄적인 시각을 제안한다는 느낌도 든다. 다분히 다면적인 성격으로 표출되는 HBT의 연주를 통해 TT와 MH의 앨범들을 되돌아본다면, 새로운 관점에서 감상할 수 있는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으며, 어쩌면 이것이 데이비드가 의도했을 수도 있는 현대적 의미에서의 복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때문에 앨범 전체에 MH의 보컬을 대신하는 그 어떤 요소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의외이면서도, 고전이 지닌 현재성의 재구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적절한 판단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 모든 과정이 TT와 MH의 아류가 아닌 HBT의 스타일로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독창성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으로, 이와 같은 특징이 이후 예고된 다른 뮤지션에 대한 작업에서 어떻게 표출될지 상당히 기대되기도 한다. 감동 가득한 놀라운 앨범이다.

 

2022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