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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Helge Lien – Kattenslager (Ozella, 2012)


노르웨이 출신 피아니스트 헬게 리엔의 두 번째 솔로 앨범. 말이 두 번째지 2000년 첫 데뷔 앨범이 솔로 앨범이라 12년만에 발표되는 피아노 솔로 타이틀이기도 하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자신의 이름을 딴 피아노 트리오와 튜바/색소폰으로 구성된 Tri O’Trang 트리오 활동이 주를 이루었기에 그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솔로는 드문 경우다. 뿐만 아니라 이번 솔로 앨범에서 헬게가 들려주고 있는 음악 역시 기존의 음악에서 볼 수 없었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연주가 주를 이루는 피아노 트리오 앨범들만 보더라도 펜타토닉 스케일이나 모드를 활용하여 연출하는 긴장과 서정에 주목했다면, 이번 솔로 앨범에서는 기존의 팀 중심의 음악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되었던 자신의 음악적 상상력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건반악기이자 현악기이며 타악기인 피아노라는 악기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사운드를 이용하여 음악적 규합을 시도하고 있다. 한 마디로 구성된 테마와 단 하나의 기본 코드 위에서 구성할 수 있는 진행에 집중하는가 하면, 익숙한 스케일과 화성이 어떻게 해체되고 재구성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자신의 음악적 창의를 위해 전두엽을 완전 개방한 상태에서 연주를 진행하지만, 순간 순간 번뜩이는 헬게 특유의 냉소적 서정(앨범 타이틀이 ‘고양이 정육점’이라니, 듣기에 따라 얼마나 컬트적이고 또 낭만적인가? ㅎㅎ)은 이번 앨범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총체적 사운드가 아닌, 마치 피아노 현 바로 위에 귀를 대고 듣는 듯한, 개별 음 하나하나에 집중한 녹음 또한 인상적이다.


2014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