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재즈 피아니스트 Helge Lien의 트리오 앨범. 몇 년 전에 발매된 HLT의 10 (2019)은 트리오 역사 20년을 결산하는 동시에 열 번째 릴리즈라는 의미를 지닌 앨범으로, 지금까지 헬게가 재즈 트리오에 헌신하며 이룬 경이적인 성과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적인 작업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편에서는 고착화된 스타일이라는 비평도 존재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음악적 언어와 표현을 트리오의 공간 속에서 재현하기 위한 뮤지션의 집착에 가까운 노력으로 보이며, 늘 그렇듯 그의 신작들은 듣는 나 자신을 매번 겸허하게 해주는 깊은 울림을 지니고 있다. 이번 앨범 또한 예외는 아니다. 이는 단순히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 때문만은 아니며, 오랜 시간 마치 수행자와 같은 모습으로 소리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트리오라는 온전한 공간 속에 생명과도 같은 온기를 불어넣기 위한 끊임없는 그의 예술적 헌신 때문이다. 전작 발표 이후 팀을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헬게는 예전 트리오의 첫 번째 동료였던 드러머 Knut Aalefjær를 7년 만에 재회했고, 베이스 Johannes Eick가 합류하면서 현재의 라인-업을 완성하게 된다. 새로운 음악적 응집을 완성해야 하는 헬게는 보다 유연한 스텐스에서 다양한 공간적 상호 개입을 시도하는데, 이번 앨범에는 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하다. 실제로 녹음은 스튜디오와 콘서트를 통해 완성되었고, 그 차이는 미묘한 공간적 특성이 반영된 리버브는 물론 연주 그 자체에서도 절묘하게 포착된다. 보다 경쾌하고 유연한 공간적 개입을 개방하며 능동적인 조화와 균일한 합을 완성하는 다섯 개의 트랙과 조금 더 내밀한 사색적 표현에 사운드의 여백과 그 잔향에 집중한 교회 녹음 버전 4곡은, 서로 묘하게 대칭적인 대비를 이루면서도 부정하기 힘든 강한 연관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전 작업들에 비해 작곡의 의도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한 강박은 확실히 상대화되었고, 각자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개별적 해석에 대해서는 분명 여유로워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교하게 일체화된 사운드의 구성은 물론 즉흥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깊이 있는 사고의 결단은 헬게와 HLT의 고유한 상징처럼 이번 앨범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지금껏 단 한순간도 트리오를 떠난 적이 없는 것 같은 크누트의 ‘재방문’이 아닐까 싶다.
202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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