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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Hior Chronik - Out Of The Dust (7K!, 2017)


베를린에서 활동 중인 그리스 출신의 작곡가 Giorgos Papadopoulos의 프로젝트 히오르 크로니크의 신보.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Arovane과 진행한 일련의 협업을 통해 유명해지긴 했지만 HC의 독립된 활동으로도 나름의 음악적 인지도를 확보한 뮤지션이다. 특히 전통적인 기악 연주는 물론 필드 리코딩 등을 적극 활용하면서 전자 음향을 효과적으로 이용해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음악적 창의성이 극에 달했던 2015년 한 해 동안 무려 다섯 장의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지만 비교적 긴 호흡을 통해 새로 완성시킨 최근 작업이 이번 음반이다. 이번 앨범을 조금 달리 보면 그동안 HC가 선보였던 음악 작업들을 정리하고, 자신의 음악적 언어를 정교하게 다듬어 보다 신중한 표현을 펼치고 있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물론 그가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음악적 방향성과 그 방법론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예전 작업과의 일정한 거리를 느끼게 하는 단절의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인상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계기에는 레이블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현대 음악의 흐름 속에서도 전통적 엄밀함을 강조하는 !7K가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뮤지션을 지원하기 위해 7K!라는 서브 브랜드를 만들었어도 레이블의 기본 기조는 여전히 관철되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블의 지원에 따른 불가피한 음악적 영향이 과연 온당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그 효과가 HC에게 어떤 방향으로 작용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기존에도 HC의 음악에서는 기악적 정합의 엄밀함을 나름의 방식으로 추구했고 이번 앨범을 통해 그 방법이 보다 더 정교해진다. 이는 예전에 서로 다른 층위에서 대위적으로 구사되었던 전통 기악과 전자음향의 조화를 한결 자연스럽게 매개하는 계기로 작용했고, 결과적으로 HC가 전하고자 했던 음악적 메시지와 테마를 모던 클래시컬의 언어에 기반을 두어 한층 더 명료하게 구성하게 된다. HC 음악에서의 처연한 서정성이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울림을 연출하게 된다.

2018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