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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Hosoo (호수) - Odyssey (Dragon's Eye, 2021)

한국의 앰비언트 듀오 Hosoo의 앨범. 변웅수, 백호현 두 뮤지션으로 이루어진 그룹 이름 '호수'는 lake라는 뜻과 더불어 방 번호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음악이 지닌 묘사적 특징에 주목한다면 전자의 의미가 부각될 것이고 사운드의 앰비언스가 작용하는 효과에 관심을 둔다면 후자의 해석에 귀 기울일 듯하다. 국내에도 이와 같은 실험적인 음악을 시도하는 뮤지션들이 여럿 존재하지만, 실재 그들의 성과를 담아낼 수 있는 플랫폼이 부족하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네트워크의 발달로 국외 발매의 기회가 제공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앨범은 호수의 세 번째 앨범으로, 이전 작업에서 보여준 잔잔한 수면 위의 빛 반사와도 같은 부유하는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레이블에서 제공하는 설명에 의하면 이번 작업은 2019년에 녹음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Korg의 ARP Odyssey를 이용했다고 한다. 정확히 몇 세대 모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이미 익숙하게 들어왔던 오디세이의 감각적인 사운드와는 달리, 호수 듀오가 이전에 선보였던 음악의 톤을 유사하게 재현하고 있다. 때문에 앨범의 타이틀은 오디세이를 이용해 기존의 오디세이와는 다른 텍스쳐를 만들어낸 역설과 더불어 이들의 음악적 콘텍스트를 이루는 사운드의 '긴 여정'을 동시에 내포하는 듯하다. 앨범에는 6개의 곡이 수록되어 있지만 1-4번과 5-6번 트랙들은 서로 이어져 있어 두 개의 긴 호흡을 완성한다. 신서사이저의 음향이지만 일상적 아날로그 사운드에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기존 앨범에서 사용했던 필드-리코딩을 연상하게 하는 여러 음향들도 여전히 등장하여 공간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미지너리 한 측면도 존재한다. 연주 자체는 명상적 즉흥에 의존한 듯하지만 그 효과에서는 끊임없이 정적인 고요를 흔들며 정중동의 긴장을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듀오의 꾸준한 활동을 기원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2021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