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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Human Being Human - Equals (April, 2022)

베이스/일렉트로닉 Torben Bjørnskov, 피아노/키보드 Esben Tjalve, 드럼 Frederik Bülow 등으로 이루어진 덴마크 트리오 Human Being Human의 앨범. 다양한 경력을 지닌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트리오는, 연주자들 각자의 개인 커리어를 통합하는 유연한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토르벤이 기존 자신의 트리오나 쿼텟을 조직했던 태도와도 조금은 미묘하게 구분되고, 에스벤이 종종 선보였던 고전적인 화려함과도 일정한 거리를 두는 듯하며, 프레데릭 특유의 자율적 개입과도 차이를 보여준다. 때문에 이번 작업은 마치 새로운 트리오를 위해 서로 조금은 보수적인 음악적 합의를 사전에 전제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는데, 이는 유러피언 스타일이라고 이야기할 때 누구나 쉽게 연상할 수 있는 가장 오디너리 한 언어와 표현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물론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유형적 특징만을 두고 이야기한 것으로, 고전적인 트리오의 기본 구성을 통해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활용하는 전통적인 접근에서부터 실내악적인 엄밀한 규범에 근거한 진행에 이르는, 나름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당연히 여기에는 북유럽 특유의 관조적인 분위기가 더해지며 HBH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더하기도 한다. 개별 곡이 지닌 테마의 특성에 따라 미묘한 양식적 차이가 반영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상호 간에 공간을 공유하고 분할하는 방식에서는 유연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으며, 규범적인 엄밀함이 강조되는 순간에도 이후의 개별적 자율성을 염두에 둔 듯한 진행을 펼치고 있어, 트리오만의 고유한 합의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전통적인 트리오의 연주 악기 외에도 일렉트로닉을 활용한 표현을 선보이기도 하지만, 일부 트랙을 제외하면 그 특징이 전면에 부각하기보다는 미세한 배음을 연출하는 방식으로 디테일을 위한 요소처럼 응용되고 있어, 전통적인 표현의 영역에서 크게 벗아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와 같은 전자 음향의 활용은 기존의 전통적인 언어와 표현을 감싸는 미묘한 공기 같은 앰비언스를 연출함으로써 조금은 트렌디 한 인상을 완성하기도 하고, 트리오의 탄력적인 유연함을 보다 세련된 분위기로 가다듬기도 한다. “One Not Two”와 같이 전자 악기의 표현이 전면에 등장하는 순간에도, 새로운 문법을 통해 기존과 다른 표현을 확장한다는 인상보다는, 전통적인 양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오디너리 한 활용을 보여준다. 비록 과감한 표현은 크게 눈에 띄지는 않더라도, 앨범 전체가 보여주는 안정감과 균형감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인상적이며, 은연중에 드러나는 북유럽적인 멜로디와 음색은 무척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음악을 통해 전달하려고 하는 긍정적인 메시지에 공감하게 되는 앨범이다.

 

2022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