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출신의 뮤지션들로 구성된 재즈 트리오 밸푸글의 신보. Jeppe Lavsen (g), Jonathan Fjord Bredholdt (p, harmonium), Anders Juel Bomholt (b) 등 90년대 초반에 출생한 이들은 재즈와 북유럽 민속 음악에 대한 이해를 공유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번 앨범 역시 전작 By (2017)에서 보여준 투명한 톤의 음악을 선보인다. 음악적으로는 스칸디나비안 포크를 바탕에 둔 오리지널 곡을 재즈의 공간에서 재현하는 무척 심플한 연주를 들려준다. 때문에 우리가 흔히 연상할 수 있는 북유럽 재즈의 전형을 이들에게 기대하기 쉬운데, 엄밀하게 말한다면 이들의 음악은 포크 쪽에 살짝 기울어진 경향성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완전히 전통적인 스타일의 전격적인 민속 음악을 선보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재즈의 어법에 수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곡 및 편곡된 곡들은 모던한 분위기의 스타일리시한 면모를 품고 있다. 또한 이들은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북유럽 재즈 특유의 공간적 자율성과는 일정한 거리를 취한다. 대신 단일 공간 내에서 음악적 합의를 전제로 균일한 질감 연출에 집중한다. 민속 음악과 재즈라는 두 가지 장르적 요소의 결합과 관련해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던 다양한 결과물 중, 내밀함을 강조함으로써 심미적 효과의 강조에 성공한 좋은 예로 봐도 무방하다. 시종일관 균일한 텍스쳐의 연주를 들려주지만 섬세하게 조율된 공간의 밀도와 정서적 공감에 쉽게 다가서는 원곡 덕분에 듣는 과정에서 감정의 잔잔한 울림이 이어진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이들의 음악이 너무나 잘 조율되고 군더더기 한 점 없이 깔끔해서 마치 모범생의 시험 답안지를 본 듯한 느낌도 남는다. 흐릿한 북유럽의 날씨가 담긴 풍경을 수체 물감의 투명한 톤으로 그려낸 그림을 거실 한 공간에 걸어 두고 바라보는 기분이다.
2019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