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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I/O - Anyone, Anywhere (self-released, 2017)


미국 보스턴에서 활동 중인 6인조 포스트-록 그룹 I/O의 두 번째 앨범. 2012년 결성되었고 첫 앨범 Saudade (2014) 발표 이후 대중들로부터 꾸준한 관심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도 그럴 것이 포스트-록이 포괄하고 있는 넓은 스펙트럼 중에서도 특히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사운드의 요소들이 다분하고 기존 인지도 있는 그룹들의 음악적 특징들과도 유사한 점을 상당부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슈게이즈를 연상시키는 시니컬한 기타 톤에 몽환적인 사운드스케이프를 연출하는 앰비언트적 요소가 결합된 감성적 멜로디의 진행을 선보이는 일련의 유명 그룹들을 떠올려 본다면 I/O 역시 그 범주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다. 사실 이러한 그룹들의 음반을 모아서 한 번에 듣다 보면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기도 하고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몇몇을 제외한다면 자신들만의 고유한 음악적 특징들을 발산하는 팀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사실상 이들이 표방하는 상쾌한 분위기 외에는 다른 그룹들과의 차별점을 인지하기란 어렵기도 하고 마치 하나의 드라마를 펼쳐보이는 듯한 내러티브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와 같은 관점에서 I/O를 보더라도 이들의 음악을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한다. 장르 내에서 I/O가 지닌 오디너리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남다르게 들리는 요소 또한 존재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가장 확연하게 드러나는 점은 뛰어난 사운드 퀄리티이다. 단순히 후반 작업을 통해 보정되는 음향적 특징이 아니라 연주와 협주 과정에서 확보되는 합의는 물론이고 내러티브의 전개 속에서 정교하게 다듬어진 음악적 구성에 관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I/O는 장르 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흐름에 의지한 음악적 스탠스 위에서 작업하고 있지만, 그 표현 방식들을 보다 더 정교하게 가다듬고 발전시키는 전략을 취함으로서 다른 그룹과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는 듯 하다. 일상적인 원단을 소재로 하지만 정성스러운 재단과 바느질로 완성된 좋은 옷을 보는 듯 하다.


2017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