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유럽을 오가며 활동 중인 영국 출신 뮤지션 이안 하우굿의 신보. 이안은 올해에만 Giulio Aldinucci와의 공동 작업 Consequence Shadows (2018)를 비롯해 Danny Norbury와의 협업을 담은 Faintly Recollected (2018)를 발표한 데 이어 벌써 세 번째 앨범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독립 레이블의 대표 활동까지 생각해본다면 이안은 나름 무척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최근 들어 이안은 자신과 인연이 있는 뮤지션들과의 듀엣 프로젝트에 많은 정성을 기울였는데, 이번 앨범은 오랜만에 선보이는 솔로 작업이라 남다르다. 이번 앨범에서 이안은 어떤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기보다는 기존 작업의 연장 속에서 자기 음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앨범은 타이틀에서도 The Shattered Light (2012)를 연상시키며, 작업 또한 오랜 기간 동안 리코딩과 믹싱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6년 만에 완성된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랜 일본 생활을 반영한 듯한 앨범의 타이틀 光을 비롯해 "序", "波", "屈折", "旅路" "消滅" 등 마치 빛의 일상을 다룬 듯한 다섯 트랙의 한자 제목이다. 하지만 실제 음악의 내용에서는 왜색의 느낌은 전혀 없고 오히려 이안의 특징적인 요소들이 평소처럼 강조되고 있어, 단순한 표제적 성격을 부각하기 위한 장치처럼 사용되고 있을 따름이다. 또한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사운드의 업라이트 피아노와 구형 신시사이저를 이용해 릴 투 릴 장비로 녹음을 완성했는데, 이와 같은 빈티지한 작업 방식 덕분에 이번 앨범의 고유한 사운드 텍스처를 연출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특히 음향의 미세한 질감의 차이가 미묘한 정서의 잔상에 도달하여 완성을 이루는 이안 음악의 특징과 더불어 '빛'이라는 테마를 이루는 사운드의 입자감을 동시에 생각해본다면 절대 무모한 노력이라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소리와 음악을 경계를 자신의 의식 속에서 확정하고 다시 자신의 언어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을 사고한다는 점에서 이안의 작업은 늘 흥미롭다.
2018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