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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Idlefon - Coldstream (n5MD, 2021)

Idlefo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이란 프로듀서 겸 DJ인 Hesam Ohadi의 앨범. 최근 n5MD에서는 자사의 실험적인 일렉트로닉이나 앰비언트 계열의 장르적 경향성에 부합하는 숨은 뮤지션들의 작업을 소개하는데 나름의 정성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헤삼 또한 그 취지에 잘 맞는 예가 아닐까 싶다. 전자 음악과 관련해서는 비교적 우리에게는 생소한 테헤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2000년대부터 록을 비롯해 일렉트로닉에 이르는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중 그의 솔로 프로젝트인 아이들폰은 IDM, 글리치, 앰비언트 등의 음악적 양식과 유형을 수용한 실험적인 작업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힌다. 지역적인 선입견이 워낙 강하게 작용하는 국가의 출신이긴 하지만 헤삼의 음악은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에 부합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으며, 오히려 감각적이면서도 도회적인 음악적 표출을 보여주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아이들폰의 레퍼런스 중 하나인 첫 정규 앨범 Intensive Collectivity Known As City (2014)만 보더라도, 현재보다는 다소 평면적인 공간 구성 속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글리치 한 특징에서부터 감각적인 비트 시퀀싱을 활용한 IDM 양식의 진행은 물론 이를 통합적인 양식으로 엮어내는 앰비언트적인 사운드 스케이프 등은 상당 부분 헤삼의 유니크 한 표현의 요소로 이미 예전부터 자리 잡은 듯한 인상을 준다. 그 사이 7년이라는 시간의 간격이 존재하고 있음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이번 앨범은 공간을 풍부하게 활용하고 세밀하게 사운드를 큐레이팅 하는 헤삼의 테크니컬 한 재능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음악적인 진행에서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고유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방식에서 놀라운 상상력을 전개하고 있다. 앨범은 2000년대 후반 세상의 혼란과 폭력에 대해 '이런!(Oh Dear!)'이라는 말 외는 아무런 실천을 하지 않는 암담한 현실을 폭로한 Adam Curtis의 TV 단편 Oh Dearism (2009)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헤삼은 다크 앰비언트적인 분위기 속에 자신의 음악적 표현을 녹여내며 10여 년 전의 문제 제기가 여전히 우리 시대에도 유효함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긴장과 암울함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의 표현은 전혀 이데올로기적인 편향을 담은 것처럼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이를 보편적인 감각을 통해 이를 드러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음악적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어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미덕이다.

 

2021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