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Iiro Rantala - Mozart, Bernstein, Lennon (ACT, 2018)


핀란드의 재즈 피아니스트 이로 란탈라의 신보. 이번 앨범은 2017년 4월 베를린에서 있었던 Jazzahead! 갈라 콘서트 실황을 담고 있다. 해당 라이브는 이로의 솔로와 더불어 ACT 레이블과도 오랜 인연이 있는 Die Deutsche Kammerphilharmonie Bremen과 수석 바이올린 연주자 Florian Donderer와의 협연으로 이루어졌다. 이로의 음악적 성장 과정을 떠올리면 브레멘 캄버필과의 협연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며, 또한 오케스트라 역시 개별 단원의 실내악적 자발성에 기반을 두고 완성하는 협주를 연상하면 클래식 외부의 음악 장르와의 교차점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앨범의 구성은 3개의 이로 솔로, 그리고 나머지 브레멘 캄버필과의 협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타이틀에서 모차르트, 번스타인, 레논 등 음악적 대상을 드러내고 있으며, 여기에 피아니스트의 기존 오리지널 4곡도 포함되어 있다. 수록된 연주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 21번 C Major, KV 467일 것이다. 전체 세 악장을 통틀어 브레멘 캄버필은 풍부한 음악적 뉘앙스를 재현하는 협주를 선보이고 있으며, 피아니스트는 자신의 직관과 의지에 기반을 둔 연주를 펼치고 있다. 특히 마지막 악장이 클라이맥스로 향하면서 이로는 임프로바이징을 연상시키는 과감한 해석으로 극적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어쩌면 이로였기 때문에 가능한, 가장 이로다운 해석으로 기억된다. 번스타인의 "Candide Overture"를 솔로 공간에서 재해석한 부분도 인상적이며, 레논의 "Imagine"에 풍부한 감정을 담아 마치 청중을 앞에 두고 피아노 아지테이션처럼 독주로 앨범을 마무리한 구성도 좋았다. 라이브라는 연주 환경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이번 앨범을 통해 이로의 새로운 측면보다는 무대에 대응하는 일상적 방법들을 살펴볼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경험임은 분명하다. 특히 캄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채로움도 앨범의 즐거움 중 하나일 것이다. 이로의 음악적 명성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2018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