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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Ilugdin Trio - My Story (Jazzist, 2021)

러시아 재즈 피아니스트 Dmitry Ilugdin의 트리오 앨범. 낯선 뮤지션일 수 있지만 25년 이상의 음악 경력을 지닌 베테랑이며, 자국의 ArtBeat 레이블에서 발매된 Reflection (2017)이 노르웨이 Losen을 통해 2019년에 재발매가 이루어지면서 우리에게도 소개된 적이 있다. 이번 앨범은 드미트리의 통산 세 번째 앨범이며 전작과 같이 베이스 Victor Shestak와 드럼 Petr Ivshin이 참여하고 있다. 프로듀서의 개인적인 취향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앨범은 전작 트리오 녹음에 비해 확실히 풍부하게 활용되는 공간적 이미지가 눈에 띈다. 이는 단지 음향적인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트리오 그 자체를 구성하는 방식에도 해당하는 것으로, 피아노의 주도적 역할이 강조되면서도 개별적 자율성을 확대한 결과일 것이다. 조밀하게 짜인 음악적 밀도는 앙상블 안에서 리더가 추구해야 할 역할과 균형에 관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듯하다. 공간적 합의가 우위에 있음은 명확하지만 개별적 표현의 확장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미묘한 내적 긴장을 유도하는데, 폭발적이거나 과감한 표현을 자제하면서도 이와 같은 내밀한 텐션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무척 인상적이다. 또한 다이아토닉으로 세밀하게 표현하는 멜로디와 라인이 만들어내는 풍부한 상상력에 리하모니제이션으로 더해진 미적 긴장은 피아니스트의 신고전주의적인 냉철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에 따른 표현은 간결하며 명료하고 다양한 프레이즈 끝에 다시 주제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목적의식은 치밀하다. 이를 트리오라는 공간 안에서 서정적 표현으로 완성하고 있기에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이고 그 방식 또한 무척 세련되었다. 특히 '나의 이야기'라는 표제를 통해 이 앨범에서 드미트리가 전하고자 했던 사적 경험과 질문들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명구를 떠올리게 하며, 그 성과에서도 드미트리 자신은 물론 트리오를 대표할만한 진전으로 우리에게 전해지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다. 서정적이고 진솔하기에 누구라도 공감 가능한 드미트리의 이야기가 담긴 앨범일 것이다.

 

2021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