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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Inhmost - The Feeling Of..... (re:st, 2023)

 

Inhmost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영국 전자음악가 겸 프로듀서 Simon Huxtable의 앨범.

 

1990년대 말부터 DnB를 기반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후 트랜스나 앰비언트 계열의 작품을 선보이며 다양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초기 Deep Space Organisms이나 Out Of Plato's Cave와 같은 협업 프로젝트는 물론, 자신의 음악적 특징에 따라 Aural Imbalance, TQ One 등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그중 인모스트는 드럼과 베이스로 이루어진 비트의 감각적인 표현을 상대화한 앰비언트의 경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인모스트의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그 성과 중 몇 편은 우리나라의 Huinali 레이블이 소개하기도 했고, 최근 ASC와 함께한 일련의 협업은 Auxiliary에서 발매했다. 대체로 인모스트의 작업은 우주 공간의 신비를 탐험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는 다른 활동명으로 발표한 작품들에서도 비슷하게 관찰할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광활한 외부 공간을 바라보던 시선이 이번 작업에서는 내면의 우주로 향해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는 최근 re:st에서 선보인 The Meaning Of..... (2021)와 유사한 느낌이기도 하며, 이러한 정서적 기시감은 앨범의 타이틀과 커버 아트에서 한 번 더 확인하게 된다.

 

해당 전작과 연관해서 생각한다면 확실히 사이먼에게 있어 기억과 느낌은 서로 동일한 정서로 환원할 수 있는 공통의 요소가 많으며, 이번 작업 역시 다양한 감정이 서로 뒤섞이며, 조화와 균형을 완성하거나, 때로는 조우와 대면을 이루는 복합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외부의 우주를 내면의 세계로 옮겨온 공간은 평온하면서도 몽환적이지만, 다면성을 지닌 감정을 사운드로 중첩하기라도 하듯, 복합적인 요소들이 다양한 연관을 이루며 또 하나의 거대하면서도 내밀한 애트모스피어를 완성한다.

 

기존 사이먼이 사용했던 지적이면서도 감각적인 표현들은 인모스트의 작업에서는 거의 증류되고 그 흔적만 남아 있지만, 간헐적으로 반짝거리며 그 존재를 드러내는 다양한 유형의 시퀀싱은 그의 음악이 지닌 다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특히 복합적인 텍스쳐와 일련의 화성학적 구성과 진행으로 이어지는 사운드스케이프에, 단순한 패턴의 간결한 플로우로 중첩을 이루는 시퀀싱은, 이질감과 동질감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어, 그 조화를 완성하는 방식에서는 무척 유연하면서도 유기적이다. 여러 트랙에서 등장하는 필드리코딩 또한, 단순한 묘사적 표현을 위한 활용에 머물지 않고, 듣는 이의 청각적 시선을 고정하고 이동하게 만드는 장치처럼 이용하고 있으며, 이는 음악적 플로우와의 인과 속에서 도입 혹은 결말을 구성하는 기능적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음악이 제공하는 풍부한 상상력은 더욱 구체성을 지니게 되며, 구성의 복합성에도 불구하고 곡이 담고자 했던 핵심에 우리가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장치적 요소이기도 하다.

 

앨범은 정서적 사색을 탐험하면서도 풍부한 경관을 담고 있어, 사이먼에게 인간의 내면은 또 다른 우주와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운드 하나하나를 포함해 그 모든 텍스쳐들이 정교한 리버브 속에서 서로 밀접한 중첩을 이루는 복합적인 구성임에도, 인모스트는 이 모든 것을 마치 한 겹의 가벼운 깃털이 부유하다 지표면에 도달하는 것처럼 평온하게 들려주고 있다. 중력과 저항을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미 그 순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정서적 경험을 공유할 수 있듯이, 인모스트의 음악은 그렇게 다가오는 듯하다.

 

 

2023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