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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Initiative H - Polar Star (Neuklang, 2022)

프랑스 색소폰 연주자 겸 작곡가 David Haudrechy의 주도로 활동 중인 빅밴드 Initiative H의 앨범. 10인조 이상의 규모를 지닌 재즈 빅밴드가 오늘날의 음악 환경에서 과연 어떻게 자신들의 생존 전략을 모색할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질문은 물론, 과연 이와 같은 집단적인 사운드 시스템으로 어떤 연주를 들려줄 것인가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존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밥의 언어가 보편화되면서 소규모 편성이 지닌 응집성을 활용해 재즈는 진화를 이루었고, 퓨전 이후의 변화에서도 이와 같은 분위기는 대세와도 같은 분위기를 형성했지만, 간혹 실험적인 음악적 확장을 규모를 통해 실현하려는 시도 또한 꾸준히 존재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와 같은 시도가 일회적인 이벤트가 아닌 지속성을 지닌 활동으로 이어졌느냐는 다른 문제일 듯싶다. 그런 의미에서 IH의 존재는 남다르고, 특별하기까지 하다. 톨루즈 지역 출신 뮤지션들로 결성되었지만, 흔히 생각하는 로컬 밴드 수준이 아닌 나름의 경력과 활동 이력을 지닌 전문가들이다. 이와 같은 지역적 유대감에 더해, 단순히 고전적인 양식의 재즈를 넘어서 록, 일렉트로닉, 현대 클래식 등 오늘날의 음악적 흐름과 연관된 다양한 주변 장르의 언어와 표현을 자신들의 음악적 양식으로 적극 수용하며, 현재에서도 나름의 의미 있는 성과를 꾸준히 선보이게 된다. 2012년 결성된 IH는 지금까지 소소한 구성원들의 변화를 거치며 현재의 12인조를 이루게 되었는데, 이들 중에는 시타 Florent Horta, 색소폰/플루트 Ferdinand Doumerc와 Gaël Pautric, 트롬본 Lionel Segui, 퍼커션 Florent Tisseyre, 키보드/신서사이저 Amaury Faye 등과 같이 10년째 활동을 함께하는 멤버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IH는 자신들의 연주 외에도 여러 게스트 뮤지션들의 참여를 통해 앨범이 지닌 고유한 특색과 분위기에 맞춰 자신들의 외형을 변화시키는 유연성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번 앨범에서도 전자음악가 Romain Barbot, 보컬 Lou Ferrand Suhubiette를 비롯해 관악 중심으로 편성된 Toulouse Wind Orchestra를 참여시키는 등의 확장적 표현을 담아내기도 한다. IH의 가장 큰 매력은 재즈를 중심으로 주변 장르의 다양한 특징들을, 작곡을 통해 구성된 치밀한 공간 속에 유연한 방식으로 배열하고, 이를 하나의 통합적인 연주로 완성한다는 점이다. 하나의 곡 안에서도 고유한 장르적 특성을 지닌 여러 테마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가 하면, 연주 공간 속에서도 개별적 양식과 복합적 스타일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연주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극지방 탐험가들에 대한 경의를 담은 이번 앨범은 자연의 풍경과 탐험의 열정을 서사적인 음악적 표현을 통해 완성하고 있어, 화려한 역동과 더불어 극적 민감성을 동시에 포착하고 있다. 오늘날에도 빅밴드가 여전히 유의미한 음악적 감동과 긴장을 전할 수 있음을 IH의 앨범이 증명하고 있는 듯하다.

 

20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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