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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Ison - Aurora (Avantgarde, 2021)

스웨덴 포스트-록 혹은 포스트-메탈 프로젝트 Ison의 앨범. 2015년 기타리스트 겸 보컬리스트 Daniel Änghede와 가수 겸 작사가 Heike Langhans의 듀엣 프로젝트로 시작한 아이손은 정통적인 메탈이나 록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도 그 표현을 활용해 몽환적이면서도 애트모스페릭 한 사운드 스케이프를 보여줬다. 하지만 2020년 하이케의 탈퇴 소식이 전해졌고 이후 다니엘은 아이손 프로젝트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이손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게 된다. 이번 앨범은 그 첫 번째 작업이며 다니엘이 어떤 방법으로 아이손의 명맥을 잇고 동시에 그 고유의 사운드 정체성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반영되어 있다. 하이케의 보컬이 지닌 톤과 분위기가 워낙 유니크한 데다 그 표현 또한 다면적이면서도 고유한 호소력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를 대체할 다른 대안을 찾기란 쉽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때문에 다니엘은 다양한 장르에 걸쳐 여러 보컬리스트를 피처링으로 참여시켜 곡의 분위기와 흐름에 맞는 목소리를 배치하는 방법으로 아이손 프로젝트의 명맥을 이어가게 된다. 대신 전체적인 곡의 분위기나 음악적인 콘텍스트에 있어서는 기존과 동일한 방식을 취함으로써 고유한 사운드의 정체성을 보존하려 한다. 확실히 이러한 접근은 이번 앨범이 지닌 장점으로 작용한다. 단순히 여러 명의 보컬리스트를 통해 전달되는 다양성뿐만 아니라 각 곡이 지닌 특징을 살린 큐레이팅이 음악을 더욱더 명료하게 부각하는 힘을 부여하며 연주 또한 목소리의 톤에 맞춰진 공간적 표현을 완성하면서 무척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비록 전체적인 분위기에서는 기존의 특징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보컬에 따른 음악적 표현의 디테일을 생각해본다면 이전 작업보다 확실히 앰비언트적인 공간감이나 슈게이즈 혹은 포스트-록 특유의 경향적 특징 쪽으로 기울어진 모습이 관찰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전의 절박한 메탈 코어의 느낌을 매력적으로 느꼈던 청자라면 조금은 아쉽게 들릴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앨범이 지닌 독특한 매력이 평가절하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단지 새로운 여행의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2021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