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Jóhann Jóhannsson - Drone Mass (Deutsche Grammophon, 2022)

2018년 세상을 떠난 아이슬란드 작곡가 Jóhann Jóhannsson의 앨범. 오늘날에도 고전 음악은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누군가는 “영화 음악이 현대의 클래식이다”라고 답변한 기억이 있는데, 상업 영화 초기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이용해 스코어를 완성한 음악가들은 오늘날 현대 고전의 거장들이었고, 스필버그는 존 윌리엄스의 곡을 영화 속에 온전히 재현하기 위해 ET가 자전거로 탈출하는 장면을 길게 편집하기도 했다. 요한은 살아생전에 영화와 관련한 많은 작업으로 큰 입지를 다졌으며, 사후에 그의 작품들은 Deutsche Grammophon을 통해 재평가가 이루어지며 현대 클래식의 중요한 성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요한은 영화 음악 외에도 다수의 개인 작업을 발표했는데, 이번 앨범은 그의 생전에 완성되고 2015년 초연되었던 Drone Mass의 리코딩을 담고 있다. 해당 작업은 요한과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유지했던 American Contemporary Music Ensemble의 의뢰에 의한 것으로, 초연 또한 요한의 지휘 하에 ACME와 Roomful of Teeth의 협연으로 NY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이집트 덴두르 신전 앞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앨범은 요한의 사후인 2019년에 오랜 동료인 Francesco Donadello의 제작 하에, 예술 감독 Paul Hillier의 지휘로 ACME와, 다수의 작품에서 고인과 협력 관계를 유지했던 코펜하겐 보컬 그룹 Theatre of Voices의 협연으로 완성된 녹음을 담고 있다. 이번 작곡은 1945년에 발견된 나그함마디 문서에 포함된 소위 “콥트어 이집트 복음서”의 여러 텍스트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초기 기독교의 방언으로 추측되는 의미 없는 모음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찬가의 단락을 인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연속적 모음의 나열은 종교의식과 관련한 비의적 암시를 포함하지만, 음악적으로는 타악적 나열과 분절된 음의 연속으로 형상화된다. 요한은 이를 현대적인 표현인 ‘집단적 드론’ 혹은 ‘드론의 집합’으로 구성하면서, 동시에 그 안에 ‘미사’라는 기원적 함의까지 담게 된다. 연속된 드론의 공진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요한은 앙상블과 합창을 포함한 어쿠스틱은 물론 일렉트로닉에 의해 확장된 표현을 활용하고 있으며, 반복과 순환에 의해 연결되는 다양한 조합을 통해, 자연, 인간, 종교의식 등과 관련한 여러 선엄적인 테마들을 완성한다. 연주 자체만을 놓고 보면 해당 작품이 첫선을 보였던 2010년대 중반의 여러 영화 관련 OST에서 요한이 활용했던 접근 방식들이 연상되는 동시에, 이번 앨범만의 고유한 테마인 종교적 불안과 경외감 등이 하나의 체계화된 음악적 양식으로 정돈되고 표현되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어느 작가가 소설에 쓴 “죽은 사람의 살아생전 부른 노래를 듣는 것은 힘들다”는 말처럼, 이번 작품 또한 평소 요한의 음악을 들으며 경험하게 되는 힘겨움이 억눌렀지만, 평소 간절히 소망했던 이번 작업이 뒤늦게라도 우리 앞에 도착했다는 점은, 고인의 상실에 대한 커다란 위안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20220318

 

 

 

related with Jóhann Jóhannsson

- Jóhann Jóhannsson - Englabörn & Variations (Deutsche Grammophon, 2018)

- Hildur Guðnadóttir & Jóhann Jóhannsson - Mary Magdalene OST (Milan, 2018)